1독 완료.

AI 프로젝트를 기획하거나 수행하는 PO/PM이라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잘 쓰인 책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저자가 실제 현장을 경험한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AI 업계에는 과장된 이력이나 피상적인 지식으로 이야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이 책은 다르다. 실제 프로젝트를 수행해 본 사람만이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낼 수 있는 내용이라는 점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종료까지, 이른바 E2E 전 과정을 단계별로 다루고 있어 전체 흐름을 조망하기에 좋다. 특히 각 단계를 따라가다 보니 내가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드러났다는 점이 의미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AI 프로젝트 산출물의 평가를 다룬 13~15장을 읽으며, 내 이해와 고민이 부족한 부분이 예전보다 분명해졌다.

풍부한 참고 자료와 친절한 개념 설명 역시 이 책의 강점이다. 단계별로 알아두어야 할 용어와 개념을 정리해 주고, 관련 링크도 주석으로 제공한다. 다만 출판사에서 해당 링크를 별도의 마크다운 파일 등으로 함께 제공해 준다면 활용도가 더욱 높아질 것 같다. 이 책은 본문만 읽고 끝내기보다는, 소개된 참고 자료까지 함께 살펴볼 때 비로소 가치가 완성되는 유형의 책이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체크리스트’라는 단순한 형식을 통해 AI 프로젝트를 1만 피트 상공에서 조망하게 해 주는 안내서에 가깝다. 막연함 속에서 방향을 잡고자 할 때, 나침반처럼 활용하기에 충분히 괜찮은 책이다. 현 시점에서 AI 관련 프로젝트 수행중이거나 앞두고 있을 때 이번 설 명절에 읽어볼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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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서 말은 약 54리터. 예물용으로 사용되는 8mm 진주로 계산해 보면 약 16,000개, 연결하면 128미터, 무게는 20kg에 달한다. 예전에는 이 16,000개의 구슬을 하나하나 꿰어 목걸이로 만드는 기술이 가치의 원천이었다. 아무나 이런 구슬을 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실천궁행, 즉 "아무리 좋은 것도 실행하지 않으면 의미 없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그런데 AI 시대에 이 속담을 다시 읽어야 할 것 같다. 이제 "꿰는 기술"은 누구나 가질 수 있게 되었다. AI는 16,000개의 구슬을 몇 초 만에 꿴다. 텍스트를 요약하고, 코드를 생성하고,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일은 더 이상 장인의 영역이 아니다. 기술의 수준은 높아졌지만, 기술의 접근성은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누구나 "꿸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가치는 어디로 이동했을까? 문득 구슬 그 자체로 옮겨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술이 대중화되면 기술 기반의 차별화는 한계에 부딪힌다. 남는 것은 기술이 접근할 수 없는 영역, 바로 독점적 데이터와 콘텐츠가 해자가 된다. 예전에는 보석 가공 기술 행위 자체가 남이 넘볼 수 없는 해자였다면, 이제는 우리 집에만 있는 진귀한 원석이 해자가 된다.

 

 

어제 구글이 Gmail에 Gemini를 통합했다. LLM 기반으로 이메일 업무를 자동화하던 스타트업들은 하루아침에 상당한 경쟁력을 상실했다. 플랫폼, 기반기술이란 그런 것이다. 개별 전투에서는 질 수 있어도, 전쟁에서는 이긴다. 유통 채널과 사용자 기반을 이미 확보한 플랫폼은 기능 하나를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스타트업 수년간의 노력을 무력화시킨다.

 

이런 시장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플랫폼이 복제할 수 없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해당 서비스에서만 쌓이는 사용자 행동 데이터, 해당 도메인에 특화된 학습 코퍼스, 규제나 인허가로 보호받는 영역, 수년간 축적된 암묵지와 프로세스 노하우...
 
과연 나의 곡간에는 남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구슬이 있는가? 그것은 무엇일까? AI가 많은 것을 꿸 수 있는 시대, 진짜 질문은 "무엇을 꿸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다.

 

그렇다면 예전 속담은 바뀌어야 할 것 같다.
 

 

"구슬이라도 서 말이 있어야 꿰어서 보배로 만들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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