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생성형 AI로 여러 보고서들을 요약해서 읽습니다.

요약본만 읽어도 왠지 보고서를 다 이해하고, 핵심을 파악한 것 같습니다.

문제는 그 기분이 꽤 그럴듯하다는 데 있습니다.

 

하지만 보고서 글쓴이를 생각해 봅시다.

그 보고서를 적기 위해 주제를 고민하고, 관련 자료를 찾고,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 위해 논리를 설계합니다.

보고서의 각 문단은 이 논리를 품고 있습니다. 하나씩 고민에 해결방법을 쌓아가면서 최종 주장으로 이어집니다.

 

이미 그 분야를 고민해온 독자라면

이미 그 문제를 다뤄 본 사람이라면

이미 해당 분야에 배경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최종 주장(결론)만 읽어도 글쓴이의 고민을 이해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가짜 이해라고 봅니다. 결론은 알지만 그 결론이 왜 나왔는지를 설명하려면 버벅거리게 됩니다.

단순 정보 확인에는 요약으로도 충분하지만, 판단, 설득, 의사결정을 위한 글이라면 요약만으로 부족합니다.

 

보고서는 고민과 해결방안의 결과물입니다.

물론 보고서라는게 형식이 있고, 때로는 내용이 중복되기도 하고, 모든 보고서가 깊은 사고의 결과물일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좋은 보고서라면 단순히 정보를 묶은 글이 아니라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과 판단의 흔적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AI라는 좋은 도구를 곁에 두고 쓰지 않는 것도 이상합니다. 

 

저는 요즘 요약본을 읽고, 전체 구조를 이해한 상태로 다시 보고서를 읽습니다.

그러면 단순히 결론을 아는데서 끝나지 않고, 글쓴이가 문제를 풀어나간 경험을 공유하게 됩니다.

그때 비로소 기억도 오래 남게 됩니다.

물론 우리가 가진 시간은 유한하기에, 요약본을 읽고 더 읽어볼 가치가 있는지를 1차로 걸러 냅니다.

AI 요약은 읽기를 대체하는 도구가 아니라 더 잘 읽기 위한 도구여야 합니다.

 

때로는 요약만으로도 충분한 주제가 있습니다.

그런 일 이라면 애초에  긴 보고서를 요구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보고서를 구성하는데 많은 노력을 들이지 않도록 1페이지 보고서를 요청하는 게 리더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결국 무엇이 진짜 일인가를 결정하고, 그에 맞게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우리 업무의 본질이라는 생각입니다.

중요하지 않은 일을 AI로 빨리 끝낸다고 해서 그 일이 중요한 일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러고 보면 일이 빨리 끝내야 하는 일인지, 제대로 이해해야 하는 일인지, 그 일이 가진 가치가 무엇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리더의 몫이 아닌가 싶습니다.

 

 

정작 블로그 글에 들어갈 그림은 AI 요약으로 만드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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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1. 불치하문( 不恥下問)

 

<<논어>>에 이런 구절이 있다.

子貢問曰:「孔文子何以謂之文也?」
子曰:「敏而好學,不恥下問,是以謂之文也。」

 

보통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자공이 물었다. “위나라 공문자의 시호는 어떻게 문(文)이 되었습니까?”
공자께서 대답하시길 “공문자는 영민하면서도 배우기를 좋아했고, 아랫사람에게 묻기를 부끄러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별 생각없이 그동안 ‘하(下)’를  아랫사람, 즉 부하 직원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문득 다른 의미가 떠올랐다. ‘하’는 단순히 지위가 낮은 사람이 아니라 연하(年下), 즉 나이가 어린 사람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구절의 의미는 조금 달라진다.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가 아니라 “나이 어린 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가 된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의역해 보자면 "배움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 있는가."로 해석될 수 있지 않을까?

나보다 어린 사람에게서도 배우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태도. 배움에 집중하는 자세.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필요한 마음가짐이라 생각해 본다.



에피소드2. 쑥국

봄이라 동네 마트에서 쑥을 팔길래 사왔다. 쑥국을 한 번 직접 끓여 보면 알게 된다. 국을 끓이는 과정 자체는 의외로 간단하다.

문제는 쑥을 다듬는 과정이다.

흙을 털어내고, 시든 잎을 골라내고, 깨끗이 씻고, 잎 부분만 떼어내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들어간다. 하지만 이 과정을 대충 하게되면 국에서 흙맛이 난다. 국은 멀쩡한 것 같지만 어딘가 어색한 맛이 나고 부드러운 쑥의 느낌이 사라진다.

AI 서비스도 비슷한 면이 있다.
모델을 붙이고 기능을 만드는 일 자체는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된다. 그러나 데이터를 준비하는 과정은 훨씬 오래 걸린다.

데이터를 모으고, 정리하고,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고, 구조를 잡는 과정.. 이 과정을 반복하는 과정

이 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않으면 결과도 어딘가 이상해진다. 마치 흙이 제대로 씻기지 않은 쑥으로 끓인 쑥국처럼.

AI 서비스의 품질은 결국 모델이 아니라 데이터 준비 과정에서의 정성에 따라 갈린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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