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9월 20일) 코엑스에서 열린 <에듀테크 코리아 페어>에 다녀왔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참석했는데, 이번엔 서비스 설계의 본질에 대한 두가지 중요한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첫번째, 뾰쪽함이란 무엇인가... 서비스의 차별성과 확장성 사이의 딜레마

생기부 자동 작성, 토픽별 문제 자동 출제, 답안지 자동채점, 영어 자동 읽기 등 에듀테크 기업들의 서비스가 대부분 비슷했다. 어쩌면 고만고만하다고 표현하는게 맞을지 모르겠다. 흥미로운 점은 각 서비스의 진화 과정이었다. 초기 버전에서는 각 서비스마다 명확한 차별점과 독자적인 철학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경쟁 서비스의 기능들이 하나둘씩 추가해 가면서 서비스간 경계가 모호해졌다. 기능 확장이라는 명목하에 서비스의 정체성이 희석되는 과정으로 보였다.

물론 이런 현상이 에듀테크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시장의 요구와 경쟁 압력 속에서 초기의 뾰쪽한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을 유지하는 것은 모든 서비스 기업이 직면하는 근본적인 도전 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번째, 현실적인 솔루션이란 무엇인가... 답은 현장에 있다.

학교 수업 과정을 인공 지능으로 생성해 주는 솔루션이 있었다. 주제만 입력하면 어떤 교구를 사용해서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상적인 수업 교안을 작성해 준다. 그러나 부산에서 올라오신 현직 선생님의 발표에서는 이러한 접근법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어떤 수업을 할 것인가보다는 활용가능한 교구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이상적인 교안이라 하더라도 현장의 제약조건(예산, 교구 보유 현황 등)을 고려하지 않으면 예쁜 실행 불가능한 계획일 뿐이다.

이는 마치  레시피 자동 추천 서비스가 사용자의 냉장고 재료를 확인하지 않은 채 한밤중에 한우 요리를 추천하는 것과 같다. 기술적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사용자의 맥락(컨텍스트)를 우선 고려해야 진정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답은 현장에 있다.

 

두 주제는 내가 일상 업무 속에서 서비스를 기획하고 개발할 때 늘 유념해야할 원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둘을 최소한 지키다 보면 성공적인 서비스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사족. 에듀테크 박람회였는데, 골든래빗 출판사와 길벗 출판사가 부스를 차리고 있어서 반가웠다. 골든래빗에서 클로드 책을 한권 샀다. 사두기만 했다. 아직 읽지 않고 있다. 언젠가는 읽겠지.

요즘 바이브 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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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엔지니어의 교과서/개정 2판

 

요즘 네트워크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 애플리케이션이나 서비스가 있을까? 네트워크는 ISO OSI 7계층 모델을 기반으로 동작한다. 각 계층마다 주어진 역할이 있고, 그 역할을 담당하는 장비와 인프라들이 존재한다. 이 책은 인프라에 대한 아주 자세한 설명은 없지만, 기본적인 개념을 탑재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다. 개발자라면 한번쯤 읽어두면 좋을 것 같은 내용이다. 개발자가 왜 인프라를 이해해야 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인프라에 대한 이해없이 그 위에서 동작하는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을까?

 

<인프라 엔지니어의 교과서>의 저자인 사노 유타카는 라인의 창업멤버이다. 선배 엔지니어로써 후배들에게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책으로 잘 정리하였다. 일본 서적 특유의 느낌이 있는데, 간결하면서 요약된 지식이 잘 정리되어 있다. 저자는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매일 많은 의사 결정이 필요하고, 보다 정확하고 빠른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려면 책임감과 기술력, 정보 수집력 및 결단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실무 경험의 중요성도 언급하고 있다. 일반적인 운영 조작은 이론으로도 통달할 수 있지만 장애 대응에 대한 경험을 무시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요즘 나도 팀원들에게 의도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는데, 저자는 솔루션과 보안을 검토할 때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보호해야 하는가'라는 관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러한 관점이 없으면 솔루션 도입이나 보안 대책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리면서 왜 그일을 하는지 모호해질 수 있다. 경험이 많은 엔지니어의 일갈이다.

 

그럼 기술력은 무엇일까? 기술력은 지식과 경험의 곱이라고 이야기한다. 맞는 말. 그래서 사이드 프로젝트 등을 진행할 때 무엇보다도 하나의 전체 과정을 경험해 보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이 책은 인프라 엔지니어나 정보 시스템 담당자를 대상으로 쓰여졌지만, 개발자도 이 정도의 인프라 내용은 알아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얇지만 한번 일독을 강추한다. 책은 인프라 엔지니어의 역할, 서버, 운영체제, 네트워크, 스토리지, 서버 가상화, 클라우드, 구매 및 자산관리, 데이터센터, 각종 솔루션 및 보안, 인프라 운영, 대규모 인프라, 인프라 엔지니어의 커리어 로드맵에 대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책의 예제 제품들이 일본 현지에서 사용되는 것인데,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내용이 조금 보완되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예를 들어 170쪽에 APAC 지역 각 나라별 클라우드 서비스 점유율이 나오는데, 우리나라는 빠져있다. 한국어판에서라도 보완자료가 제공되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참고로 2025년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AWS가 40~45%, 애저가 28~34%, 구글이 5~10%, 네이버가 5~8%, kT가 2~5% 정도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도 좋고, 번역도 깔끔하고,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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