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럴드 와인버그는 개발자에게 유명한 저자 중 한사람이다. <프로그래밍 심리학>을 비롯하여 <테크니컬 리더(BTL)><대체 뭐가 문제야(AYLO)> <컨설팅의 비밀> 등 40여권의 책의 저자이기도 하다.이번에 읽었던 그의 책 <와인버그에게 배우는 차곡차곡 글쓰기>가 내 책장에 들어온 날짜가 2025년 1월 17일. 근 2년만에 읽은 책이 되어버렸다. <프로그래밍 심리학>과 <대체 뭐가 문제야>를 보고 저자에 대해 알고 있던 터라 책을 쉽게 골랐지만, 영미권에서 쓰여진 글쓰기 책이라 손이 쉽게 안갔던 것이 사실이다.
와인버그를 보면 다산 정약용 선생이 떠오른다. 여러 분야에 걸친 다양한 주제의 글을 많이 저술하신 분. 어떻게 하면 그렇게 다양한 주제에 대해 글을 적고 책으로 펴낼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도 있지만, 글쓰기 자체는 어떤 식으로 하는 걸까에 대한 궁금함도 있었다. 하지만 서구권 글쓰기, 특히 문장구문을 다루는 서양 작가의 이야기가 한국어 네이티브 사용자인 나에게 와닿을 수 있을까 걱정도 되었다. 다행히 역자분이 적절히 번역해 주셔서 눈에 걸리적 거리는 부분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와인버그의 글쓰기 방법론을 번역서에서는 자연석 기법이라고 부르는데, 서구권에서는 TFM(The Fieldstone Method)로 부르는 모양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두 가지 생각이 떠올랐는데, 하나는 제텔카스텐이고 또하나는 책의 구성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다. 나에겐 자연석 기법, 즉 평상시 글감을 하나하나 모아서 다시 돌담을 만들고 때로는 무너뜨리는 과정이 마치 제텔카스텐으로 카드를 모았다가 다시 다른 방식으로 연결하고 하는 과정처럼 여겨졌다. 또한 책을 구성하는 과정은 하나의 완성된 책을 정해진 절차대로 선형적으로 완성해 가는 것이 아니라 미리미리 자연석을 모아서 고르고 쌓아올렸다가 부숴서 다시 쌓고 하는 과정들이라는 비유가 많이 와 닿았다.
나름 위안을 받은 부분은 와인버그 조차도 글쓰기를 한방에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상가(철학가)중 한 명인 야뢰 이돈화 선생도 마음을 고하고(心告) 글을 써내려가면 한 번에 명문이 완성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와인버그는 평상시에 모은 생각들을 새롭게 쌓아가면서 도약하는 사고방식으로 글을 완성해가는 것을 이야기한다.
자연석 돌담 이야기가 나오는 20쪽의 제임스 바크는 너무 반가운 이름이었다. "제임스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 주제를 파고들었다.... 자연석 기법을 갖추자 바쁜 와중에도 첫 책을 쓸 시간을 마련할 수 있었다"라는 문단이 나오는데.. 그 책이 내가 예전에 번역했던 <소프트웨어 테스팅의 법칙>(Lessons Learned in Software Testing) 이었다.
나의 버킷 리스트, 아니 희망 사항중 하나는 책을 펴내는 것이다. 지금도 하나의 주제로 책 원고를 쓰는 중인데, 그 와중에서 와인버그의 이 책은 많은 희망과 용기, 책 원고를 만들어가는 실마리를 주었다. 그동안 번역 작업에만 참여했었는데, 언젠가는 아니 더 늦기 전에 내가 쓴 원고로 책을 내고 싶어지는 그런 밤이다.
책에서 영감과 실마리를 주었던 문장들...-
- 관심없는 주제로 글을 쓰려고 애쓰지 마라.
- 독서란 본래 실에 꿴 구슬처럼 직선적인 성질을 지녔기에 남의 작품을 읽을 때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차례대로 읽는다. 그러나 작품을 창작할 때에는 한 줄에 꿰인 낱말들을 겹쳐가며 다양한 구성으로 짜넣기도 한다.
- 자신만의 고유한 반응 기준이 있다. 때로는 자신의 반응이 모든 사람의 반응과 공명하기도 하지만, 어떤 때에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관심을 둘 가치가 없어 보이는 돌에 반응하기도 한다.
- 배껴쓰기 금지를 주입하며 독창성만이 값지다는 독창선없는 이야기만 반복하는 학교 교육을 향해 일침을 가하는 글을 쓸 필요를 여전히 느낀다.
- 어떤 것이든 글로 적으려면 인식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 깨달음이란 스승, 책, 영화, 학습법, 우연한 사건 등엣거 총찰을 얻을 때까지 반복해서 접해야 가능한 일이다.
- 글쟁이란 변명거리를 만들어 낼 때에는 머리가 비상해 지는 족속이다.
- 다른 곳에서 사치하지 말고 아껴야 하겠지만 자기가 쓸 도구는 여력이 닿는 한, 아니 무리를 해서라도 반드시 제일 좋은 걸로 장만해야 한다.
- 있는 것을 가지고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내는 것은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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