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미디어 서평단 <나는리뷰어다> 활동을 위해서 책을 협찬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1/ 요즘 기술 시장과 투자시장의 주요 키워드는 AI와 양자 컴퓨터이다. 그나마 AI는 OpenAI의 ChatGPT 이후 대중에게 많이 다가왔는데, 양자 컴퓨터는 도통 잘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양자 컴퓨터에 관한 책을 한번 봐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침 geek한 모습의 캐릭터로 유명한 For Dummies 시리즈에서 양자 컴퓨팅 책이 나왔고, 이를 번역한 <모두를 위한 양자 컴퓨터>를 읽게 되었다.
2/ 책을 읽는 동안에도 양자 컴퓨터에 관한 소식이 계속 들려왔다. 젠슨황이 지난 1월에 열린 CES에서 양자 컴퓨터가 유용해지려면 15년에서 30년은 걸릴 것이라고 해서 관련 주가가 확 떨어진 적이 있었고, 2월 19일에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존의 초전도체 방식이 아닌 토폴로지 큐비트 기술을 활용하는 마요라나1을 공개했다. 이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뭔 외계어인가라는 생각과 함께 나름 물리를 잘했는데 하는 자신감에서 오는 (뭔 내용인지 몰라서) 자괴감도 생겼다.v
3/ 이 책은 For dummies 시리즈답게 특정 주제, 이 책에서는 양자 컴퓨팅에 관한 온갖 이야기를 모두 소개하고 있다. 총 4개 파트로 이루어져 있는데, 1부와 2부를 재미있게 읽었다. 1부는 사실상 물리학의 역사이다. 양자와 중성자부터 소개하더니 금방 중첩(superposition)과 얽힘, 터널링과 결맞음 이야기로 달려간다. 하지만 양자 물리학에 대한 과학자들의 도전과 발견에 대한 이야기는 재미있게 읽혔다. 2부는 양자 컴퓨팅과 전통 컴퓨팅 방식을 비교해 가면서 어떤 분야에서 양자 컴퓨팅이 장점을 가지는 것인지에 대해 소개한다. 저자는 양자 컴퓨팅이 암호학, 머신러닝, 생명공학에 큰 변곡점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반 기술로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 양자기술때문에 현재의 보안 기술이 무력화되는 Q-Day 이야기와 이를 대비한 국가간 기업간 개발 경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왜 양자 기술에 주목하는지 대략 감을 잡았다고나 할까?
4/ 책을 일독했지만, 여전히 몇개 단어가 눈에 조금 익혀졌을 뿐 여전히 양자 컴퓨팅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뭐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할 때도 제대로 이해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누군가 나에게 그래서 책을 읽고 나니 양자 컴퓨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라고 질문한다면 미래를 바꿀지도 모르는 기반 기술인 것 같다 정도 외에는 딱히 할 말이 없다. 이 책은 양자 컴퓨터를 이해한다기 보다는 양자 컴퓨터에 관련된 이야기를 소개하는 입문서로 괜찮다 생각된다.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책이고, 아마도 2독, 3독을 해야 할 것 같다.
5/ 책 편집이나 번역은 무난했지만 조금씩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우선 For Dummies 시리즈는 원래 산만한 책인데, 이 책은 너무 정돈되어 있다. 원서를 보면 여러 박스로 본문들이 나뉘어지고, 저자가 관련 맥락에서 제공하고 싶은 정보를 박스로 제공하는 시리즈로 유명한데, 번역서는 박스와 본문이 구별이 잘 되지 않는다. 박스 내용의 글꼴도 본문과 동일하고, 박스 표시도 없어서, 집중하지 않으면 뜬금없는 맥락으로 이어진다.
번역도 무난한데(내용이 어렵다보니 번역도 어려웠을 것이다), 조금씩 걸리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p.70쪽에서 "부동소수점 숫자의 표준은 32비트, 즉 4바이트로 설정되어 있다. 표준 부동소수점 숫자는 대략 음수 400만에서 양수 400만 사이의 모든 값을 정확하게 저장할 수 있으며, 대부분의 큰 양수 또는 음수의 근사값을 저장할 수도 있다. ( The standard for floating-point numbers was set at 32 bits, or 4 bytes. A standard floating-point number can exactly store any value between about negative 4 million and positive 4 million, and can store approximations of most larger positive or negative numbers.)"라는 문장이 있다. 이 문장은 "부동소수점 타입의 숫자는 4바이트, 즉 32비트의 크기로 저장하는 표준을 사용한다. 이 크기는 -400만에서 400만 사이의 값을 정확히 저장할 수 있고, 근사값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훨씬 더 큰 양수 또는 음수값을 저장할 수 있다."가 좀 더 부드러운 번역일 것 같다. 이 부분에서 여전히 원저자가 잘못 쓴 부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IEEE 754 규격에 정의된 부동소수점 방식은 정밀도의 손실없이 값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인데, 단정도일 경우 24비트의 정밀도를 가지므로 대략 -1677만부터 1677만 사이의 값을 손실없이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 그것도 정수만... 배정밀도일 경우에도 53비트의 정밀도를 가지므로 대략 -9007조부터 +9007조 사이의 값을 저장할 수 있다.
괜히 호기심이 발동하여 좀 더 자세히 찾아보았는데, 아주 예전 시스템이나 특정 구현에서는 가수로 사용되는 비트수가 IEEE754 규약보다 적게 사용하여 이 경우 22비트를 사용하였는데, 이 경우 400만이 나온다고 한다. 그럼 양자 컴퓨터는 다른 부동소수점 규약을 사용하는것일까?
6/ 여하튼 재미있고 흥미로운 주제이지만, 쉽지 않은 내용인데, 열심히(!) 읽었다. 책을 덮으며 내 머리속에 또하나의 질문이 떠오른다. 양자 컴퓨터가 과연 인류가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해낼 수 있는 도구가 될까? 조금 시간차를 두고 한번 더 이 책을 읽어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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