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차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이다. 그래서 전기차 충전 시설을 종종 사용하는데, 서비스 업체들의 요금을 보면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파트 충전 시설의 경우 완속충전일 때 14시간까지 주차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내 차의 경우 소형 배터리를 사용하므로 완속 4시간이면 완전 충전이 가능하다. 4시간 뒤 충전이 되면 카톡으로 충전 완료되었으니 차량을 이동시켜 달라는 알람이 발송된다. 그런데 저녁에 충전시키면 자기 전에 완충되었더라도 귀찮게 다시 주차장가서 충전기 빼고 하지 않고 14시간을 세워버린다. 굳이 14시간까지는 아니더라도 저녁에 6시나 7시쯤에 충전시작하면 10~11시쯤에 완충되지만, 다음날 아침까지 세워두었다가 출근길에 차량을 이동시킨다.

 

아파트에 들어온 충전 서비스 업체는 최근 주말에 해피아워라고 해서 완속 충전 서비스 요금을 낮춰주는 시간대를 운영한다. 의도는 명확해 보인다. 사람들이 충전을 잘하지 않는 주말 낮 시간대의 충전기 이용률을 높여보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시간대별 요금정책이나 수요 이동(Demand Shifting)에 가깝다.

 

그런데 이 정책을 보다가 딴 생각이 들었다. 충전 서비스 업체에게 정말 중요한 지점이 언제 충전하는 것인가일까?

 

충전 업체 입장에서 볼 때 전기차 충전 시설은 제조업의 공장 라인과 같다. 일단 인프라를 깔았으면 가동 효율을 높여 경제성을 올려야 하는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소형 배터리를 가지고 있으므로 4시간 충전요금인 3천원 남짓을 지불하고 해당 시설을 14시간 점유하는 셈이 된다. 즉 10시간 정도의 시간을 돈을 벌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고객이 라인을 잡아먹고 있는 이 시간을 줄여야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 이른바 충전기의 회전율(turnover)을 올려야 한다. 하지만 카톡 메시지를 보낸다고 해서 잘 빼줄까? 퇴근한 경우에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 

우선 충전 장비를 보니 충전 플러그가 차에 연결되어있는지 아닌지를 식별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가장 간단한 방법이 있다. 완충되면 지금처럼 메시지를 보내고, 일정 시간(예를 들어 30분) 이내에 차량을 이동시켜 충전 라인을 비워주면 회원 등급을 올려주는 것이다. 일정 기간마다 이렇게 포인트를 쌓아가면서 기준을 만족하면 회원 등급을 승급시켜준다. 회원 등급별로 차별화된 충전 요금 내지는 할인 정책을 가져가면 된다. 그러면 라인의 가동률이 높아져서 충전 서비스 업체도 좋아지고, 고객도 충성도 및 저렴한 요금으로 경제적 이득을 가져갈 수 있다. 좀 더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한다면 할인정책 + 쿠폰 지급을 해주면 효과가 좋을 것이다.

이 방식은 단순 회원 등급제에서 조금 더 나아가 행동 기반 인센티브 시스템에 가깝다.

 

검색해보니 테슬라는 정반대로 완충후 차량을 빨리 이동시키지 않으면 혼잡요금을 부과한다고 한다. 이것도 괜찮은 방법일 것 같다. 사람의 심리가 혜택에 더 능동적으로 반응할 것인가, 벌칙에 더 능동적으로 반응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위에서 제안한 포인트 제도를 적용하더라도 충전 시간이나 충전시설의 이용현황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예를 들어 새벽 1시에 차를 잘 빼진 않겠지만, 그때 차를 이동시켜서 충전 라인을 비우더라도 이 라인이 다른 차에 의해 사용될 가능성은 저녁 시간에 비해 낮아 보인다. 따라서 충전시설 가동율에 따라 포인트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이다. 다만 이렇게 정책이 복잡해질 경우 고객이 과연 이 혜택을 고려하여 실천에 옮길 것인가는 또다른 고민 지점이다.

 

여튼 이 시스템을 보면서 누군가의 행동을 바꾸고 싶을 때 단순히 메시지를 보내는 것보다는 그러한 행동에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자본주의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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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인적으로 제안해서 시작된 일이 있다.

하네스 엔지니어링이라는 말이 나온지 아직 채 1년도 안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하네스 관련 책도 많이 출간되었는데, 어쩌다 보니 저자들이 아는 분들이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세 분이 서로 다른 출판사에서 책을 펴냈다는 점.

 

책이란 저자의 관점이 적용된 정제된 콘텐츠다. 이 세 분의 관점을 기준으로 서로 생각하는 같은 점과 다른 점을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으면 독자 입장에서는 참 좋겠다 싶어서 출판사 분들과 커피를 마시다가 이 세 분을 한 곳으로 모은 북토크 이벤트 아이디어를 제안드렸다. 그래서 추진력있는 모 부장님의 주도로 지난 9월 5일 개최하기로 결정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기대했으나 얼마전에 아예 이벤트가 취소되었다. ㅠㅠ

 

여기서 다시 한번 하네스나 AI 시대에 마주하는 인간의 역할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세 저자들은 명실상부한 전문가이니 어떻게 보면 이 주제에 맞는 에이전트라 생각이 된다. 자율성을 가지고 있고, 아는 것(지식)도 많고, 언어 처리도 잘한다. 독자와 커뮤니케이션도 잘하고, 외부 환경과의 상호작용도 활발하다. 우리가 AI 에이전트에게 바라는 모든 것을 갖춘 존재인 셈이다. 물론 AI가 가지는 임의성은 없다.(아니다. 인간인 이상 감정에 의한 임의성이란 없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그런데 이 세 분을 모시는 행사가 왜 엎어졌을까?

의외로 답은 단순하다고 생각한다. 세 곳의 출판사에서 전폭 지원을 했지만, 아무도 리더가 되지 않았다. 추진력 부장님 또한 행사를 출판사가 적극 지원하지만, 행사 내용은 저자 세 분이 정해서 이야기 나누는 것으로 인식했다. 그러다 보니 이른바 목표가 모호해지고, 그에 따라 정렬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참여 플레이어는 목표에 공감이 안된 상태에서 뭔가 일/작업이 할당된 셈이다.

 

조금 다르게 표현하면, 정렬이 안된 이유는 리더, 그 중에서도 오케스트레이터, 조율자가 없었다는 점이다.

리더로 부터 목표를 부여받고, 각 에이전트가 최상의 성능을 낼 수 있게 이리저리 의견을 나누게 하고, 충돌이나 미비점을 조율해 주는 존재.

 

이렇게 보면 결국 AI로 팀을 이룬다는 개념에서 하네스 구조를 짜다보면 리더(인간) - 조율자 - 각 에이전트 구조를 많이 보게 되는데, 너무 에이전트의 자율성만 의존하다가 망한 케이스라 생각했다.

한편으로 AI 시대에 인간의 역할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반대의 경우도 있다. 난 대학생 시절 학생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는데, 내가 속한 그룹에서는 네트워크 학생회론을 제시했었다. 대략 이야기하자면 총학생회가 코디네이터고, 각 단대/학과 학생회가 네트워크 엣지가 되어, 이슈가 생기면 연대와 교류를 통해 작은 존재들의 강결합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개념으로 이해한다. 그런데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우리는 정작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각 단대 학생회들이 다른 계열에서 당선되면서 에이전트가 전혀 될 수 없다. 그럴 경우 중앙은 쓸모없는 관제탑이 되고 만다. 손발이 없이 총학 헤드만 존재하니, 역량에 비해 업적이 크기 않았다. (업적이 크지 않았다고 생각하는게 아니라 가진 역량, Capability가 발휘안되었다는 말이다.)

적다보니 이 경우도 정렬의 문제이고, 코디네이터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이 글의 결론은 하나로 모아지는 것 같다.

리더는 조직이 목표와 일치되도록 정렬시켜야 하고, 일을 진행시키면서 발생하는 갈등과 이벤트들의 코디네이터여야 한다는 것. 이것을 AI 시대에 활용한다면 임의성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에이전트가 정해진 틀 속에서 자율성을 최대한 발휘하여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이 틀이 하네스가 아닐까 생각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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