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제가 딱 어울리는 책이었다. 이 책의 부제는 '모든 것이 다 있는 시대의 창조적 사고법'이다. 오늘날 어떤 직무이든 정보와 맥락을 다루지 않을 수 없다. 저자인 최혜진 작가는 오랜 기간 잡지 편집자로 활동하며 이를 체계화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냈다.주변에서 추천이 많았던 책이라 자연스럽게 손에 들게 되었다.
2/ 책 서두에서 저자는 우리가 만드는 가치란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예술적 질문들은 어떤 새로운 것을 우리가 만들 수 있는가가 아니라 우리가 이미 갖고 있는 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이다. (p.15) "기존 재료로 인지적 차별점을 만들어내는 편집 능력이 중요해 지며, 삶은 데이터의 축적이 아니라 편집 결과의 축적(p.16)"이라는 말에서 요즘 세상에서의 가치와 창작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상품 마케팅 스터디 모임에서 들었던 "시장(market)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찾아내는 것"이라는 표현과 겹쳐 들렸다. 이미 다양한 것들이 많이 나와있는 현실에서도 대중의 반향을 이끌어내는 새로운 서비스/상품이 나온다. 이런 제품이 나오면 아하~하면서 이런게 있었지라고 무릎을 치게 된다. 그런 것을 만들려면 본인만의 시선으로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잘 편집해서 하나의 완결체로 만들어야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3/ 저자는 편집이란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고 기억하는 방식으로 정의내린다. 그것을 위해 이미 가지고 있던 정보에 더해 세상을 바라보면서 어떤 부분을 주목하고, 어떤 부분은 무시하며, 어떤 부분은 서로를 연결하고, 어떤 부분은 빈 칸을 채워넣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한 실천법으로 재료수집, 연상, 범주화, 관계와 간격 조정, 재배치 및 재맥락화, 인식과 포지셔닝을 위한 뾰족한 차별점을 만드는 컨셉, 핵심은 잡아내고 군더더기는 배제하는 판단력, 이를 일관된 입장과 관점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쳐내는 프레임, 거기에 설득의 힘을 더하는 좋은 질문과 객관성과 주관성, 효과적인 전달을 위한 시각화를 잡지 편집이라는 경험으로 풀어낸다.
4/ 소프트웨어 개발도 비슷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겠다. 세상을 뒤흔들 만한 서비스를 만들고 싶은 개발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기술을 탐색하고 학습하고 실험한다. 그러나 진정 중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을 찾아 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세상에 나온 기술과 개념을 어떻게 엮어내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일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엔지니어들은 기술 서적이나 컨퍼런스에만 머물지 않고, 사람과 세상에 대한 이해를 깊고 넓게 가지기 위한 의도적 탐색을 병행해야 한다.
5/ 이 책은 새로운 관점을 얻기 위한 의도적 사고의 수련법을 다룬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의도'라는 키워드가 머리속을 맴돌았다. 나만의 의도를 가지려면, 내가 만든 제품이 세상에서 가치를 가지려면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면서 추려야 할지, 생각의 고리를 모으기 위하여 다양한 시선을 학습하는-창조를 위한 답습?- 과정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세상에서 선택을 받으려면 결국 자신의 관점과 의지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 동감하다 보니 '브랜딩'이라는 키워드로 이어졌다. 이 책은 꼭 편집이나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읽어야 한다기 보다는 새로운 시대에 지적 사고를 위한 필수적인 능력을 갖추는 교양서적으로 삼을만 하다.
6/ 이 책을 읽은 직후 전우성 작가의 '핵심경험론'을 이어서 읽었는데, 두 책 모두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고 이를 자신만의 언어로 재구성하는데 대한 저자들의 고민이라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부분이 많았다.
7/ 편집은 결국 창의성의 또다른 이름이다. 넘치는 시대에 필요한 것은 새로움이 아니라 남다른 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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