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를 좋아하고, 언젠가 번역서 말고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내고 싶은 것이 버킷리스트 중 하나라서 욕심내서 한다고 했고 열심히 시도하는데 잘 안된다. 출판사와의 약속을 어긴지 벌써... 음음. (편집자님아.. 미안;;) 늘 기다려주셔서 감사하면서도 죄송한 마음이다.

 

그런데 우연히 펼친 책에서 기가 막힌 문장을 발견했다. 내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머리속에 많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건 연결되지 않은 아이디어와 생각일 뿐.. 그래서 연결성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어렵네. 세상의 모든 저자님들을 존경한다.

 

출처: 실전API 설계(책만)

 

 

나는 왜 책이라는 매체를 좋아할까? 요즘 시대에 책이라는 매체의 속성이 맞는걸까? 이 고민에 대한 답은 내가 번역했던 <파이썬다운 코드를 개발하는 63가지 실용 기법>의 머릿말에 나와있다.

출처: 파이썬다운 코드를 개발하는 63가지 실용 기법 (인사이트)

 

 

이렇게 출판사분들과 저자분들의 노력으로 정제된 책이라는 형식의 콘텐츠.. 나는 이 형식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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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1. 불치하문( 不恥下問)

 

<<논어>>에 이런 구절이 있다.

子貢問曰:「孔文子何以謂之文也?」
子曰:「敏而好學,不恥下問,是以謂之文也。」

 

보통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자공이 물었다. “위나라 공문자의 시호는 어떻게 문(文)이 되었습니까?”
공자께서 대답하시길 “공문자는 영민하면서도 배우기를 좋아했고, 아랫사람에게 묻기를 부끄러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별 생각없이 그동안 ‘하(下)’를  아랫사람, 즉 부하 직원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문득 다른 의미가 떠올랐다. ‘하’는 단순히 지위가 낮은 사람이 아니라 연하(年下), 즉 나이가 어린 사람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구절의 의미는 조금 달라진다.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가 아니라 “나이 어린 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가 된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의역해 보자면 "배움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 있는가."로 해석될 수 있지 않을까?

나보다 어린 사람에게서도 배우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태도. 배움에 집중하는 자세.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필요한 마음가짐이라 생각해 본다.



에피소드2. 쑥국

봄이라 동네 마트에서 쑥을 팔길래 사왔다. 쑥국을 한 번 직접 끓여 보면 알게 된다. 국을 끓이는 과정 자체는 의외로 간단하다.

문제는 쑥을 다듬는 과정이다.

흙을 털어내고, 시든 잎을 골라내고, 깨끗이 씻고, 잎 부분만 떼어내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들어간다. 하지만 이 과정을 대충 하게되면 국에서 흙맛이 난다. 국은 멀쩡한 것 같지만 어딘가 어색한 맛이 나고 부드러운 쑥의 느낌이 사라진다.

AI 서비스도 비슷한 면이 있다.
모델을 붙이고 기능을 만드는 일 자체는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된다. 그러나 데이터를 준비하는 과정은 훨씬 오래 걸린다.

데이터를 모으고, 정리하고,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고, 구조를 잡는 과정.. 이 과정을 반복하는 과정

이 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않으면 결과도 어딘가 이상해진다. 마치 흙이 제대로 씻기지 않은 쑥으로 끓인 쑥국처럼.

AI 서비스의 품질은 결국 모델이 아니라 데이터 준비 과정에서의 정성에 따라 갈린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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