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시사간판 프로그램 '뉴스 하이킥'의 진행자 권순표 님의 에세이집 '오늘도 괜찮은 하루'를 읽었다. 프로그램의 질문으로만 대하던 순표형의 생각이  담긴 글에서 손석희 씨에게서 느껴지는 냉철함보다는 순표형만이 주는 삶에 대한 담대한 유쾌함이 느껴지는 글들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순표형이 명상으로 시작하는 루틴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놀랐고, 리더의 역할, 책 읽기, 언론과 사회에 대한 생각에서 많은 부분 공감했다. ' 모두가 조금씩 불편함을 참고, 서로가 조금씩 더 사람 대접을 받으며 살면 안 될까? '라는 구절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

 

책을 읽으면서 눈길이 닿았던 문장들을 가볍게 옮겨 적어본다.

 

명상으로 시작하는 하루

  • 소음을 소거하면 본질에 대한 확신이 생기고, 해야 할 일을 거침없이 하게되는 느낌.. 일종의 담대함이 생긴다.
  • 자아가 옅어질 때 대단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 '이 일을 하면 내가 어떻게 보일까'보다는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에 몰두할 때, 혹은 그 일 자체에 몰두할 때 자존감은 훨씬 높아지고 마음은 평화로워지던 경험이 많다. 자존심을 내세울수록  자존감은 떨어진다.
  • 내 사람의 모토는 '미소 지으며 걷는다'이다.

 

리더와 질문

  • 문답은 진리를 향한 몸부림, 간절함 이런 것보다는 오히려 담대함 혹은 무심함에 가까운 듯 느껴져 더욱 좋았다.
  • 절대적으로 시간을 요하는 일도 많겠지만, 상당부분은 의사결정에 소요되는 시간의 10분의 1 정도만 소모하면 해결될 일들이 많다. 특히 어떤 조직이건 높이 올라갈수록 여유시간을 가지고 중요한 일과 목표에 대해 고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높은 자리에 앉은 가장 무능한 사람 중 하나가 자신이 정말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 또 어떤 일에 시간을 쏟아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일 것이다.
  • 행동하지 않는 신중은 신중이 아니다.
  • (검도하면서 느낀 점) 의지는 도구를 통해서도 확장된다. 죽도 끝에는 대련하는 상대의 마음이 전달된다. 도구를 통해 그 도구를 사용하는 자의 의지가 읽힌다.
  • 지향하되 집착하지 않는다.
  • 정신이 침체되어 있을 때 몸을 혹사하는 것만큼 좋은 약은 없다.

 

책읽기

  • 책을 읽는 행위는 상당히 편안하고 수동적 유희에 가깝다.
  • 나는 목적 없이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 쉽게 한두 페이지로 요약이 가능하고 이 한두 페이지를 읽으면 굳이 책 전체를 읽지 않아도 되는 책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책들은 요약은 가능하지만 한두 페이지의 요약본을 읽음으로써 책 한 권의 완독을 대체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책이 있다.
  • 책을 완독 했다는 것과 요약으로 줄거리를 읽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 웃겨서 웃는 웃음은 간질여서 웃는 웃음이 탄생한 지 훨씬 뒤인 수백만 년 전에 진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즉 인간의 뇌가 유머 감각을 이해할 만큼 복잡하게 진화된 이후에 이뤄진 진화라는 얘기다. 그러므로 웃겨서 웃는 것은 인간이 유일하다.
  • 어제 생활이 단순하면 오늘 명상의 깊이가 깊어진다.
  • 퍼펙트에 대한 집착 때문에 퍼펙트 하지 않은 날은 이런저런 핑계로 많은 시간을 낭비한다. 이 빌어먹을 집착만 버리면 늘 괜찮은 하루다.
  • 굴곡이 깊었지만 자주 행복했다.

 

언론과 사회

  • (윤석열 내란) 죄가 인간을 통해 구현될수밖에 없듯이, 벌도 인간을 통해 구현될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 우리(기자)가 폼 잡고 나일 때 우리를 먹여 살리는 것은 방송국 내 예능이나 드라마 종사자들이라는 것을.. 그래서 넷플릭스가 우리 드라마를 파상공세하면 불안하다.
  • (아프리카 취재 과정의 경험을 기반으로) 부패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
  • 모두가 조금씩 불편함을 참고, 서로가 조금씩 더 사람대접을 받으며 살면 안 될까?
  • 극도로 몰입한 인터뷰에서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 가벼움 없는 무거움은 여백 없는 담묵화다. 그래서 가벼움 없는 무거움은 위선적이다.
  • 우수함과 성실함을 갖춘다는 것은 대단한 미덕이다.
  • 성찰이 없으면 자아의 성장은 없다. 아니 성찰이 있어도 인간의 성장은 정말 더디다.
  • 질문을 통해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는 것 드러내고 시청자들과 공감하고 싶었다.
  • 언론의 공정함이란 옳은 쪽, 정의로운 쪽, 약자 쪽으로 균형점을 옮기고, 옳지 않은 쪽, 강자의 쪽으로 비판의 균형점을 옮겨야 전체적으로 무게중심이 맞게 되고 그 사회가 균형을 이루고 제대로 서 있을 수 있다.
  • 기계적 중립은 옳지 않은 쪽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다.
  • 50보와 100보를 동일선상에서 비판하면 100보 잘못한 사람을 두 배 편드는 셈이다.
  • 비판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두려워 오류에 빠지면 안 된다.

 

 

 

오늘은 괜찮은 하루 - 교보문고

대한민국 라디오 청취율 1위 〈뉴스하이킥〉 진행자 권순표,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하루를 묻다

product.kyobobook.co.kr

 

반응형
"한빛미디어 서평단 <나는리뷰어다> 활동을 위해서 책을 협찬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대한민국의 월드컵 32강 탈락이 확정된 시점에 이 책을 다시 한번 읽어 본다. 이번 월드컵 조별 예선이 끝나면서 최강의 전력을 갖춘 한국 축구 대표팀의 쓰디쓴 결과를 보여준 원인으로 홍명보 감독의 리더십을 언급하는 글과 트윗들이 많다.

 

얼마전 예전 직장에서 같이 일했던 후배가 내게 물었다. "꼭 리더가 되어야 하는건가요?" 예전 같으면 '뭐, 개인별로 성향이 다르니 굳이 싫다면 리더가 될 필요는 없지 않을까'라고 대답했겠지만, 최근의  나는 당연히 리더는 되어야 하고, 리더가 가져야 하는 품격, 덕목을 연습해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책을 권했다.

 

조직과 사업의 성공을 위해 바쁘게 뛰는 모습이 리더하면 떠오르는 일반적인 모습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바쁜 리더가 나쁜 리더일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리더의 역할은 자기 복제(전이)라는 생각을 늘 한다. 판단 기준의 전이. 전이 과정을 통해 모든 일을 직접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비슷한 기준으로 판단하게 움직이게 만드는 역할을 맡기는 것(위임)이 리더다. 머리속으로 명쾌하지만 실천은 어렵다.

 

 

책에서 인상깊었던 대목은 조직 개편에 대한 이야기였다. 예전 개발본부장님이 사업 민첩성을 거론하면서 거의 분기마다 조직개편을 진행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매번 조직개편때마다 조직이 흔들렸다. 이 책에서는 최상위 리더십이 부실할 때 조직개편이 잦다고 이야기한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오히려 좋은 조직 개편이 성립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 리더 역할에 대한 명확한 기대
  • 책임에 상응하는 권한과 보상
  • 실패했을 때의 보호장치

나는 나쁜 리더일까? 좋은 리더일까를 고민하는 가운데 저자는 그 사이에 한 단계가 더 있다고 이야기했다.

나쁜 리더, 나쁘지 않은 리더(보통 리더), 좋은 리더로 나눈 것이다. 좋은 리더십은 의식화가 있는지 여부에 있고, 무엇을 하느냐 보다는 무엇을 하지 않느냐에서 좋은 리더십을 가지는 것이 시작된다는 이야기에 밑줄을 그었다.

 

나는 참 바쁜 리더였다. 그래서 나쁜 리더였던 것 같다. 뼈때리는 이야기들이 참 많이 나와서 앞으로의 나의 리더십에 대해 많은 고민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나도 말로는 바쁜 리더는 좋지 않고, 조직의 명확한 프로세스 속도 개선을 위해 병목을 파악하고 해결하는 것이 좋은 리더라고 이야기했었는데, 책을 읽다보니 내가 조직의 병목이지 않았을까 하는 반성을 많이 했다.

 

이 대목에서 예전에 방송에서 보았던 소방대장 이야기가 떠올랐다. 화재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중 소방 대장(현장 최고 지휘자)은 절대 뛰어다녀서는 안된다고 한다. 아무리 긴급한 화재 상황이어도  걸으면서 침착하고 냉정하게 현장을 지휘해야 한다. 그래야 현장 소방관들이 당황하지 않고, 다치지 않고, 화재를 체계적으로 진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천천히 걷는 모습을 보고 주민들이 오해해서 소방대장이 화재 현장에서 여유를 부렸다며 민원을 넣었다는 방송이었다. 이 책의 저자가 이야기하는 바쁜 리더십에 딱 적합한 사례가 아닌가. 리더는 가장 빨리 뛰는 사람이 아니라, 모두가 흔들리지 않게 중심을 잡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혼나는 느낌이 들었지만, 이상하게도 끝에는 위로가 남았다. 나도 더 좋은 리더가 될 수 있겠지? 바쁘다는 이유로 열심히 일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내가 속한 조직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그런 리더가 될 수 있을까?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