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한 한국 PC게임

이 책이 처음 기획되고, 텀블벅 펀딩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아~ 재미있는 역사의 기록서가 나오는구나'라는 정도로 생각했다.후원해야지 생각하다가 일상생활속에 깜빡했는데, 펀딩이 무사히 완료되었고, 일반 버전까지 출간되었다(얼마전 2쇄도 찍은 모양이다.축하축하!)

 

요근래 우리나라가 만든 문화 콘텐츠가 전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그 출발은 K-Game과 K-Pop일 것이다. 나도 게임업계에서 근무중이긴 하지만 머리속에 떠오르는 게임은 어느새 온라인 게임들뿐이었다. 나도 80~90년대 컴퓨터 게임과 함께 학창시절을 보냈지만, 우리나라에서 만든 게임이 있었나 할 정도로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그 시절을 함께 했던 게임을 떠올리면 울티마, 고인돌, 로드러너 같은 외국 게임들이었다.

 

이 책을 받고 나서 몇 페이지를 넘기는 사이, 나는 시간을 거슬러 학원, 친구집에서 함께 월간지를 보며 게임을 즐기던 시절로 돌아가 있었다. 이제는 책에 소개된 게임들을 실행해보려면 에뮬레이터를 통할 수 밖에 없지만, 아프로만, 동서게임 채널 같은 유통사부터 미리내소프트, 막고야 같은 개발사들의 발자취를 되짚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고급진 하드커버와 미술작품같은 도록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년도순으로 정리된 게임별 실행 정보, 유통사, 가격 같은 기본 정보와 게임의 스크린샷, 그리고 그 게임에 얽힌 소개 기사들이 1부이며, 2부에는 소개된 게임박스의 도록(박스게임의 앞면과 뒷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감초같은 인터뷰 꼭지들이 3부이다. 한국 게임산업을 이끌어온 레전드 분들의 삶의 한켠을 옅볼 수 있는 인터뷰들이다. 게임에 대한 정보를 정리한, 일종의 사서로써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한데, 한국 게임산업을 일으켜 세우고 발전시킨 분들이 나눠주는 이야기에서 만감들이 교차한다. 이 내용만으로도 이 책의 소장가치는 충분하다. 90년대 게임을 좋아했던 분들이라면 소장각!

 

 

 

 

게임은 병이 아니라 문화의 일부

K-Contents중에서 경쟁력을 인정 받은 게임 분야의 기록이 이제 발걸음을 딛었다. 온라인 PC게임 시장이 열리면서 패키지형 게임들이 많이 사라졌고, 또한 그 사이에 모바일로 플랫폼이 전환되면서 여러 게임들이 피고 졌다. 이러한 한국게임의 계보에 대한 기록도 잘 남았으면 좋겠다.(패키지는 그래도 물리적인 상자라도 남아있는데, 온라인 게임들은 어떻게 그 역사가 보관되어야 할까?)

아직 우리나라 사회는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많다. 천편일률적인 장르와 마케팅, 부분유료화 등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겠지만,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  게임 개발자들이 이렇게 다양한 장르와 개성 넘치는 시도들을 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성과 한음, 서태지부터 낚시광, 머털도사, 컴온베이비 등등.. 

 

텀블벅 펀딩과 일반 보급을 위해 출간 결정을 내려준 한빛 미디어에 독자의 1인으로 고마움을 전한다. 이 책을 학습하듯이 읽지는 않겠지만 책꽂이에 두고 계속해서 예전 게임을 좋아했던 1인 플레이어로써의 추억이 떠오를때마다 펼치게 될 것 같다.

 

저자 중 한분인 오영욱님의 NDC 강연<한국게임의 역사> 동영상: http://ndc.vod.nexoncdn.co.kr/NDC2013/videos/NDC2013_0080.mp4

 

※ 본 글은 한빛미디어 <나는 리뷰어다> 활동을 위해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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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계에서 일한 시간이 하나둘씩 쌓이다 보니 나의 앞길을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도 고민이지만, 업계 후배들에게 어떤 식으로 나의 고민과 경험을 전달해야 할지, 어떤 식으로 일을 하는 것이 개인과 업의 성장을 돕는 것일지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일까 길벗에서 관련 책을 시리즈로 내고 있다. 

 스태프 엔지니어에 대한 책이 새로 나와서 읽어봐야지 하던 차에 길벗 리뷰어 프로그램이 있어 신청해서 출판사로 부터 책을 받아 읽게 되었다. (이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내돈내산이 아닌 책이다.)

 

 나는 해외에서 개발자로 8년정도 근무한 경험이 있는데, 내가 근무했던 회사들에도 스태프 엔지니어라는 직함은 최근 생겼다. 함께 일했던 친구들도 이제는 꽤 많이 스태프 엔지니어라는 직함을 달고 있다. 보통 Senior Engineer 이후 Principal Engineer로 가는 트랙이었는데, 몇년전부터 Staff Engineer라는 직함을 단 친구들이 생겼다. Principal은 왠지 약간의 학술적, 연구적 느낌이 드는 편인데, Staff는 약간 Tech Leader 성격이 느껴지는 명칭이다.

 정확한 업계의 명칭과 역할에 대한 깔끔한 공감대가 없다 보니 스태프엔지니어란 무엇이며, 어떤 역할을 해야하고, 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어떤 것을 고려해야 하는지부터 이 책은 시작한다. 이어 스태프 엔지니어라는 직책을 얻기 위한 방법과 심지어 이직까지 소개한다. 이후 14인의 현직 스태프 엔지니어 인터뷰를 통해 앞에서 다룬 내용들이 현실에서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공유해주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의 저자는 전형적인 이과 타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각 챕터들이 도입부가 있는데, 도입부에서 다루고자 하는 내용의 요약이 모두 들어 있다. 이후 본론에서는 세부 항목을 상세히 다룬다. (차례에서 이 깊이까지 목차가 정리된 것이 아니라서 좀 아쉽다. 한단계더 깊이 들어간 차례가 있으면 한번 읽고난 후 차례를 보면서 다시 생각해 보는데 편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엔지니어링 전략의 작성(p.70)" 부분을 보면 이 단락의 구조가 다음과 같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엔지니어링 전략의 작성
    • 언제 그리고 왜 필요한가(p.71)
    • 설계 문서 5개 작성하기(p.72)
    • 설계 문서 5개로 전략 수립하기(p.74)
    • 전략 5개로 비전 수립하기(p.76)

따라서 이 책을 한번 빠르게 읽으면서 저자의 의도를 이해했다면 각 챕터별 중간 제목을 읽어가면서 나름의 생각으로 저자의 주장에 찬성/반박하면서 읽는 것도 재미있게 이 책을 즐길 수 있는 방법중 하나일 것 같다. 나는 몇몇 챕터를 읽는 동안 저자의 주장에 동조하기 어려워서 '그럼 너라면 **** 이런 경우 어떻게 하는게 맞는 것 같냐?'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저자의 반박을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재미있었다. 

  개발자가 년차가 높아지면 기술 관리자(Engineering Manager) 또는 팀 리더(Team Technical Leader) 의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될 수 밖에 없다. 이건 내가 겪은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서구권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반백의 개발자'라는 로망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엔지니어의 습성은 늘 관리자 트랙에 대해 잘못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밖에 없다. 스태프 엔지니어의 R&R은 이를 극복하여 이 책의 부제처럼 '관리트랙을 넘어선 기술 리더십'을 만들어 가기 위한 업계의 고민과 그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보인다. 이 책은 그 고민들의 갈피를 잡아줄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사실 이런 책들은 다른 기술 서적처럼 구체적인 답들을 제공해 준다라기 보다는 업계의 동료들이 나와 비슷하게 이런 고민을 하고 있고, 나와 비슷하게 이런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하고 있구나 하는 공감대를 제공해 주는 게 가장 큰 가치라 생각한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았고 도움이 된 부분은 챕터 2 '스태프 엔지니어로 활동하기' 부분이었다.  전체 9가지의 세부 챕터로 이루어 지는데, 기술 리더십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다방면의 접근 방식이었다. 특히 현업 개발에 치이고 있을 때 기술 리더로써 좀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하면서, 팀 전체의 기술 품질을 향상시키고, 지휘권을 가진 상위 상사(임원이나 상위 매니저)들과 협력하기 위해 그의 리더십을 따르면서, 구성원이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기 위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방법.. 각각이 현업에 있는 시니어들에게 다시금 자신의 역할과 자신에게 기대되는 수행 능력을 되짚어준다고나 할까? 2.6 챕터의 '절대 틀리지 않는 방법' 같은 경우도 무척이나 실용적인 방법을 되짚어 준다.

 

시니어 기술 리더가 되려면  기술과 아키텍처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본인의 기술적 믿음에 대해서도 실용주의와 불가지론을 적용해 계속해서 스스로에 대한 의구심을 계속 가지면서 기술 및 아키텍쳐에 대한 이해와 같은 수준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p.52)


To become a senior technical leader, you must build a deep perspective on technology and architecture. To operate as such a leader, you must then develop an equally deep pragmatism and agnosticism to technical religion to remain skeptical of yourself. (https://staffeng.com/guides/learn-to-never-be-wrong)

 

  번역은 무난한 편이었다. 살짝 아쉬운 부분이 군데군데 있긴 한데, 번역이 잘못되어 있다기 보다는 이런 기술 에세이를 번역할 때의 어려움과 번역자의 고민이 느껴졌다. 서구권 개발/업무 문화를 기반으로 쓰여진 내용일 경우 이를 배경 맥락이 없는 국내 독자들에게 전달하려다 보니 우리 글로는 조금 어색한 부분들도 있지 않았나 생각했다. 앞에서 인용한 문구의 경우도 기술과 아키텍쳐에 대한 이해와 같은 수준으로 발전시킨다기 보다는 "본인이 가질 수 있는 기술적인 신념(종교)에 대해 실용주의적 관점과 아닐 수도 있다는 불가지론적 관점을 동등하게 가져야 한다. (사실 본인이 가진 기술적 신념을 맞다고 보고 그 효력을 어떻게 얻어낼 것인지를 더 고민하는 실용주의 관점과, 그것이 본질적으로 틀릴 수도 있다고 바라보는 불가지론적 관점을 가지고 기술과 아키텍쳐를 바라보아야 한다.)" 가 좀 더 적절한 해석이 아닐까? (뒤에 이어진 문장은 'This can feel like a paradox, but it's the line you'll need to walk every day.'인데, '결국 상반되는 pragmatism과 agnosticism 두가지 관점이 매일 일상속에서 겪어야 할 여정이다'라는 번역을 떠올렸다.)

 

이 책에서 눈에 들어온 문장들 몇개를 정리해본다.

  • 자신의 네트워크가 자신에 대한 솔직한 피드백을 얻는 가장 중요한 방법(p.124) : 인맥의 정의를 제대로 설명했다고 본다. 이해 당사자들은 제대로 전달해 주지 못하는 솔직한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사람. 그 피드백으로 자신의 성장을 조정할 수 있는 사람이 제대로 된 인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
  • 임원과  의사소통할 때는 대부분 계획, 상태 보고, 어긋난 일 해결 세가지 중 하나. (p.132)
  • SCQA형식: 현상황(Situation)-> 문제점(Complication)->의문점(Question)->해결책(Answer) (p.133)
  • 스태프 엔지니어가 된다는 것은 생각의 범위를 넓히는 것.... 협업으로 전체 팀의 기술 및 소셜 스킬을 발전시켜야 한다.(p.220)
  • 향후에는 어떤 모습일까,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 어떤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p.268)

 

이 책의 내용을 잘 소화하려면 주석에 달린 링크 글도 찾아가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 틈나는대로 구글 번역기와 함께 링크들을 읽었는데, 나는 특히 40년 경력에 대한 글(https://lethain.com/forty-year-career/)이 너무 좋았다. Junior>Senior>Staff로 이어지는 여정 속에서 각 단계별로 중요한 기준점들이 다를 수 있는데, 이 링크글에서는 나름의 깨달음을 얻었다고 할까? 이런 주옥같은 글들이 각주에 많이 소개되어 있다.

40년의 경력은 단순히 한 방향의 잣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 출처&nbsp;https://lethain.com/forty-year-career/

 

 

✔ 원문 초안은 웹으로 공개되어 있다.: https://staffeng.com/guides/

✔  책 읽으면서  잘못 인쇄된 부분도 찾아 보고했다; 66쪽 각주 오류. 13번 각주는 https://lethain.com/productivity-in-the-age-of-hypergrowth 이다. 다음 인쇄본에 반영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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