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석구분(玉石俱焚)이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가린다는 것이 아니라 서경의 "火炎崑岡, 玉石俱焚"에서 유래한 표현이고,
글자 그대로의 뜻은 곤강(곤륜산)에 불이 나면 옥과 돌이 함께 타버린다.
즉, 임금이 덕을 잃으면 좋은 사람이나 그른 사람이나 구별없이 모두 재앙이 온다는 뜻이라는군요.
이때 천(天)은 하늘이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 고전에서 天은 임금(황제)이었으니, 임금의 대리자인 지방관리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여하튼 권력자, 위정자라는 뜻은 바뀌지 않습니다.
그럼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할 때에는 "투표에서 어떻게 옥석을 가릴 것가? 아니면 옥석구분될 것인가" 정도로 말해야 되겠네요.
궁금해서 좀 더 찾아본 옥석구분이 나온 문구는 서경 하서 윤정편에 실려 있는데 뭔가 혁명의 삐라 문구 같습니다.
윤후가 왕의 명을 따라 희화를 치러 갈 때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고 서경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火炎崑岡 玉石俱焚 天使逸德 烈于猛火 殲厥渠魁 脅從罔治 舊梁[汚?汗?]俗 咸與惟新."
번역이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데... 앞구절은 대부분 비슷하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옥의 산지인) 곤강(곤륜산?)에 불이 붙으면 옥과 돌이 다 불타게 됩니다.
하늘이 내린 임명자(통치자)가 덕을 상실하면 그 해악은 맹렬히 타오르는 불보다 더 나쁩니다.
뒷구절의 해석은 조금씩 다릅니다.
1) 우두머리를 제거하면 위협으로 다스리는 일이 없을 것이며, 옛날의 좋지 않은 풍습도 함께 새로워 질 것입니다.
2) 우두머리를 죽이더라도 마지못해 따랐던 백성은 벌주지 않을 것이니, 잘못된 오랜 습성은 버리고 다 함께 새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협종망치와 구염오汚(한汗?)속 함여유신의 해석이 조금씩 다릅니다.
저는 맥락상 두번째 해석이 더 적절해 보입니다.
한국일보 장병욱 기자는 한 기사에서 섬궐거괴와 협종망치를 뒤집어서 해석을 하는데..이건 좀 잘못된 해석 같아 보입니다. "제목은 서경(書經)에서 딴 말. ‘위협받지도 않았는데도 부도덕한 집단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죽이라(협종망치 섬궐거괴:脅從罔治 殲厥渠魁)’는 뜻이다. "로 풀이한 기사가 보인다. 원문 순서를 뒤집어 전혀 다른 뜻으로 왜곡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서전언해>를 보면 해당 구문을 이렇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火가 崐岡애 炎타면 玉과 石이 다 焚가 되나니
天吏의 逸한 德은 猛火도곤 烈하니
그 渠魁를 殲하고 脅하야 從하니란 治티 마라
녜 染하야 汙한 俗을 다 더브러 新케 호리라
찾아보다가 기존 인식과 다른 한자도 알게 되었네요.난상토론(爛商討論)..
개판 5분전 상황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여러 사람이 모여 충분히 의논하다는 뜻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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