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들의 발라드'라는 방속 프로그램을 보다가 문득 생각난 주제가 '재능(Talent)'이다.

초등학생 참가자

 

 

Talent...  Amegica Got Talent라는 쇼도 있지만, 예전에 재능이라는 말에 대해 동양과 서양이 가지는 느낌이 서로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K-Pop 교육  관련 스타트업 대표님으로 부터 들었던 이야기인데,

서양은 기본적으로 Talent가 하늘로 부터 부여받은 특별한 능력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것 같다고 했다. 따라서 신이 부여한 능력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것이 스승의 역할이고, 찾아낸 능력을 갈고 딲기 위해선 고수를 찾아 가르침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노래를 잘 부른다고 하면 어느 도시의 누가 잘한다는 소문(평판)을 듣고 그 곳으로 찾아가 배움을 청한다. 도제식이라 해야 하나.

 

동양은 기본적으로 자질이 있는지를 판단하는것을 더 중요시하는 것 같다고 한다. 따라서 기본적인 자질이 있으면 이를 교육시키고 훈련시키면서 발전시켜나간다. 이런 관점으로 인해 연습생이라는 개념이 만들어 진다고 한다.

 

소프트웨어 개발 세계도 이와 비슷한 시선 내지는 철학, 관점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 같다.

 

'10X개발자'로 대변되는 천재 개발자들의 이야기는 흥미롭지만, 나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분명 존재하는 부류이기도 하다. 정말 컴퓨터와 물아일체가 된 사고 방식이 아닐까 하는 개발자들도 많이 만났다.

 

하지만 더 많은 개발자들은 대학교육, 또는 부트캠프 내지 독합으로 공부해서 성장해 왔다. 대부분의 개발자는 처음에는 평범했을지 몰라고 꾸준한 학습과 실전 경험을 통해 그들이 가진 기본 자질을 절차탁마하여 위대해진다. 

 

뭐 천재는 아니니 후자의 자질을 갈고딲는 태도가 더 중요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많이 든다.

한편으로 1만 시간의 법칙이 개발자들에게 유효할까? AI시대에 개발자의 재능은 어떻게 재정의되어야 할지 고민이 생긴다.

 

여튼 타고난 재능을 가진 분들을 보면 존경하되 따라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따라할 수 없고) 나라는 존재의 특징을 잘 인지하여 나만의 강점을 축적하는 것을 고민하는게 중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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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대학 시절 이야기를 해볼까.

 

 도스 시절 한글 입출력은 상당히 까다로운 과제였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웨어 잡지를 통해 엄청난 분들이 한글 코드에 대한 이야기를 기술적으로 많이 풀던 시절이었다. 여튼, 나는 주변분들의 요청을 받고 가끔 프로그램을 만들어 용돈을 벌곤 했는데, 대부분 한글로 메시지를 표시해야 했다. 그럴려면 한메나 도깨비같은 램상주프로그램을 실행하면 한글을 사용할 수 있었다.

 

이야기였나? 어떤 프로그램이 먼저였을까? 별도 한글 프로그램을 실행하지 않아도 화면에 한글이 표시되었다. 한글을 표시하려면 글꼴 처리, 비트맵 연산, 메모리 관리, 입력까지 받으려면 오토마타까지 공부해야 하는데.. 그 공부가 재미있겠냐고! (물론 지금은 그런 주제의 책을 읽는게 재미있지만, 20대 청춘에게는 훨씬 더 재미있는 일들이 많았다.) 결론부터 말하지면 나는 링크로 이용할 수 있는 한글 라이브러리를 쓰는 것이었다.

 

요즘은 보기가 드물어졌지만, 예전에는 훨씬 다양한 오픈소스 또는 쉐어웨어들이 있었다. 대학생들이 만든 것들도 많았는데, 한글 라이브러리의 경우 대표적인 것이 터보C정복의 저자 임인건님이 만들었던 <한라 프로>, 경북대 김현호님(정확하지 않음)이 만든 <한> 라이브러리, 카이스트 한우진님이 만든 <허르미> 라이브러리가 있었다. 그 외에도 '산'이라는 에디터를 만든 김규현님이 코드를 많이 공개했던 터라 이래저래 코드를 살펴봤던 것 같다.

 

이제는 어렴풋한 기억이 되어버렸지만, <한라 프로>는 엄청난 기능(과 속도)에 당시 SVGA까지 지원하는 유려한 라이브러리로, 개인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때 기본으로 사용했다. 가남사에서 <한라 프로>라는 책도 나왔었고, 디스켓으로 라이브러리가 제공되었다. 한 라이브러리의 코드는 깔끔했다는 기억이 있고, 허르미는 객체로 잘 구분되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팝업 메뉴 구현이나 커스텀 창을 구현하기 위해 허르미 코드를 많이 참고했었다.

 

 

 

 

 

때로는 잊고 있었던 기억이 우연찮게 인연이라는 이름으로 찾아올 때가 있다.

 

올해 초 스마일게이트에서 함께 일했던 인연으로 저녁 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근황 토크를 나눈 적이 있는데, 최근 내가 참여하고 있는 EMR 개발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이사님이 자신도 대학생 시절에 한글 라이브러리를 만들었던 인연으로, 어떤 의사분이 연락을 해와서 EMR을 만든 적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갑자기 그때 앞에서 말한 이야기들이 모두 소환되었고, 이사님이 바로 허르미를 만든 한우진님이었다. :)

 

한이사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후 집에 와서 허르미 소스코드를 찾아서 보내드렸더니, 본인도 가지고 있지 않은 소스코드를 어떻게 가지고 있냐고 좋아하셨다. :)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는 이런 재미가 있다. 영문학을 전공하는 친구들에게 우스갯소리로 영문학도들은 세익스피어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없지만, IT 분야는 아직 개척자들을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큰 장점이 있다며 농담을 나눈 적이 있다. 최근 북 펀딩을 해서 이번달에 출간될 <Programmers at work>과 <Coders at work>이라는 책이 있는데, 유명한 당대 개발자들을 인터뷰한 책이다. 그 당시 개발자들이 여전히 계신지 찾아보니, 원 인터뷰가 있었던 이후에도 시간이 흘렀는데, 여전히 많은 분들이 살아계신다.

인생 도처에 배우고 싶은 뛰어난 분들이 많이 있고, 그 분들을 만나서 산업이 태동하던 시기부터 발전해온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분야가 몇이나 있을까.이 즐거운 분야에서 일하는 것을 행복이라 생각하며 추석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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