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화/대시보드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분야 중의 하나인데, 최근 인사이트에서 <Visualize This> 2판을 번역한 <데이터 리터러시를 높이는 데이터 시각화>책이 출간되어 주말을 이용해서 읽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시각화하는 방법(코드부터 각종 도구 사용법까지)을 소개한다. 예전에 책만 출판사에서 출간된 <데이터 시각화 교과서>로 스터디 모임을 진행했는데, 그 책에는 코드가 제공되지 않아서 열심히 파이썬과 씨본으로 직접 책의 내용을 시각화해 보았다. 

 

대략 360쪽,

 

 

책은 각종 데이터를 다루는 방법부터 시간, 범주, 관계, 공간을 중심으로 시각화하는 방법과 고려사항을 하나씩 설명한다. R이나 파이썬 때로는 어도비 도구를 사용하여 최종 시각화 화면을 만드는 과정, 그 속에서 고민해야할 지점들을 소개한다.

책을 읽으면서 무엇보다도 저자가 시각화를 바라보는 관점이 좋았다. 그중 마음에 드는 몇 구절을 소개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 우리는 데이터를 통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고, 인사이트와 맥락이 결합하면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이런 데이터를 통한 이야기가 사람들이 업무와 일상생활에서 정보에 기반하여 더 나은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을 준다.(4쪽)
  • 데이터들은 서로 관계 맺고 상호 작용한다. 그걸 찾아내는 건 당신의 몫이다.(8쪽)
  • 데이터를 분석하고 시각화에 초점을 맞추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이런 질문과 답변으로 품질을 검증하고, 데이터의 의미를 탐색하고, 통찰력을 전달한다.(9쪽)
  • 결국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데이터 자체가 아니라 그 데이터가 무엇을 나타내는지에 관한 것이다.
  • 시각화 과정은 데이터를 재료로 더 복잡한 무언가의 추상적인 모습을 만드는 것이다. 데이터는 보통 단순화된 것이지만, 상황을 측정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그래서 이를 분석하고 탐색한다. 데이터로 이야기를 전할 때, 분석과정에서 발견한 것을 강조해 다른 이들이 추상적인 것을 현실과 연결하도록 돕는다.(340쪽)
  • 시각화를 배울 때는 제약과 규칙을 중심으로 배우는 게 일반적이다. 마치 올바른 차트를 만들려면 기능성을 제한해야 하는 것처럼 보인다. 처음 시작할 때는 이런 접근이 중요하다. 글쓰기를 배우는 것과 같은 이치다. 맞춤법을 익히고 문장 부호의 쓰임을 알고 문장 구조를 배우고, 생각을 문단과 절로 나누는 법을 먼저 배운다....... 기초를 다지고 나면 그때부터 진짜 재미가 시작된다. (344쪽~345쪽)

앞에서 소개한 <데이터 시각화 교과서>나 인사이트에서 출간되었던  전작 <월스트리트 저널 인포그래픽 가이드>를 읽어보았다면 수월하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다. 살짝 아쉬운 점은 R을 주로 다룬다는 점인데, 우리나라에서는 R의 사용자층이 넓지 않아서, 원서가 파이썬이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코드를 완성해 가면서 데이터를 시각화한다.

 

 

책의 내용이 정적인 시각화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이는 인쇄 매체나 정적인 웹 페이지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 통찰력을 전달하는 매개체가 동적인 웹으로 이동하고 있으므로, 그에 대한 시각화 방법론을 보충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판이 나올때 쯤에는 그러한 내용이 추가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데이터 리터러시를 높이는 데이터 시각화 | 네이선 야우 - 교보문고

데이터 리터러시를 높이는 데이터 시각화 |

product.kyobobook.co.kr

 

 

데이터 시각화 교과서 | 클라우스 윌케 - 교보문고

데이터 시각화 교과서 | 정확성과 심미성을 모두 갖춘 데이터 시각화에 대한 바이블! 통계적 본질에 근거해 데이터 분석 결과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데이터 시각화에 대한 모든 것!데이터 시각

product.kyobobook.co.kr

 

 

월스트리트저널 인포그래픽 가이드 | 도나 M. 웡 - 교보문고

월스트리트저널 인포그래픽 가이드 | 통계 그래픽스의 거장 에드워드 티프티의 이론과 다양한 실무예제를 수록한 인포그래픽 기본서!『월스트리트저널 인포그래픽 가이드: 데이터, 사실, 수치

product.kyobobook.co.kr

 

반응형

마법사님의 트윗으로 부터 인사이트 출판사의 전자책 서비스 종료 소식을 접했다.  먼저 13년 동안 묵묵히 운영해 온 인사이트에게 독자의 한사람으로서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 인사이트 전자책 서비스는 단순한 전자책 판매 서비스가 아니라 국내 IT 출판 업계의 가장 진보적이고 실험적인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출판사 블로그를 되돌아 보니 2012년 4월 18일 PDF로 전자책 서비스를 시작했다.  Mobi도 아니고 ePub도 아닌 PDF파일을, 그것도 수작업 결제 처리로 전자책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모험이었을 것이다.(만약 내가 사업 담당자라면 이 서비스를 기획한 사람을 싫어했을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서비스 철학이었다. 암호도 없고, DRM도 없이 그냥 자유롭게 자신이 좋아하는 뷰어로 볼 수 있도록 PDF 파일을 보내주는 방식. 기술적으로는 단순하지만 사업적으로는 위험한 선택이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 점이 인사이트 전자책 서비스의 정체성을 제대로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인사이트가 PDF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전자책이 책 세상을 뒤덮을 것 같은 시대에도 꿋꿋이 종이책만 내던 인사이트에서, 드디어 작은 발걸음을 내딛어 봅니다. 바로 PDF 서비스입니다. 아직 시작 단계라서 PDF 뿐이고, 결제도 수동식

blog.insightbook.co.kr

 

13년간 이 서비스가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기술력이라기 보다는 철학 때문이리라. 한기성 사장님께 불법적인 PDF 유통이나 허락되지 않은 AI 학습에의 활용이 걱정되지 않느냐고 여쭤본 적이 있었다.  "허허.. 그 분들은 우리 책의 독자가 원래 안될 분이지 않을까요? 오히려 우리 독자분들에게 불편함을 드릴 수는 없지 않나요?"라는 사장님의 말씀에 이 서비스의 본질이 들어있다. 독자와의 신뢰 관계. 고객 중심에서 생각하는 서비스... 단순히 책이라는 상품을 만들어 사고 파는 것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미국에서 개발자 생활을 했었는데, 인사이트의 DRM-Free PDF는 정말 소중한 존재였다. 언어의 장벽없이 고급 콘텐츠를 누리고 싶은데, 교보나 예스 24같은 전자책 플랫폼은 당시 해외에서 사용하기에 여러 제약이 있었다. 본인 인증부터 시작해서 느린 인터넷 환경때문에 DRM인증 자체가 실패하거나 국가 제한에 걸려 보지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인사이트의 PDF는 단순히 파일을 다운로드 받아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기쁨을 제공했다. 아이패드든 킨들이든 노트북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인사이트의 종이책을 너무 사랑해서 한국에 들릴 때마다 잔뜩 사들고 갔다. 한국과 미국을 거쳐 다시 돌아온 나의 책들...)

 

아쉽게도 인사이트의 Free DRM 실험은 IT 출판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했다. 다른 출판사들이 이렇게 못한 이유는 분명하다. 위험 부담이 너무 크고, 수익성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인공지능의 확산 속에 허락받지 않은 학습에의 오용도 한 몫했으리라. 하지만 오라일리의 SafariBooks처럼 출판사들이 협력하는 플랫폼이 국내에서도 더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 기술적으로는 지금도 충분히 구현가능하지만, 업계의 의지와 독자의 인식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다. (아직 AI 학습에 활용하는 문제는 역저자와 출판사, 출판사와 출판사의 권리 관계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다.)

 

비 오는 저녁, 한 시대의 마감을 지켜보며 드는 생각이다. 우리나라가 K-IT Contents 강국이 되는 날이 올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해본다.

 

 

* 덧글>  FreeDRM PDF  전자책 서비스는 중단되고, 교보 EBook서비스로는 인사이트 전자책을 계속 만날 수 있다고 한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