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그런 친구 한명씩은 있을 것이다. 무언가를 좋아하고, 그것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거리를 제공하는 친구. 이 책은 자동차에 미쳐있는, 특히 그 안의 사람과 교감을 나누는 장치들의 역사와 의미, 그걸 만든 사람들의 고민까지 알고 있는 덕후 친구가 술한잔 사이에 두고 끊임없이 이야기 보따리를 글로 펼쳐놓은 책이다. 우리나라 저자가 적은 책이다 보니 자동차 인터페이스에 관한 다양한 토픽을 매끄럽게 설명한다. 순식간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우리가 지금은 당연히 여기며 사용하고 있는 자동차의 인터페이스는 사실 투쟁의 역사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심리적, 기능적, 제도적 제약사항 속에서도 자동차와 편하게 교감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고민하며 개선해서 만들어 왔고, 그렇게 만들어진 도구를 통해 인류는 조금씩 또 스스로를 발전시켜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만들어가는 도구의 모습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해보았다. 특히 미래형 인터페이스라고 했을 때 신기술을 사용한다고 해서 미래적인 인터페이스가 되는 것이 아니고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알아낼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더 높게 평가한 것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p.152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보면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알아낼 수 있는 것을, 굳이 터치 스크린으로 바군다고 미래적인 인터페이스가 되는게 아니다.

 

이 책의 장점은 당연함 속에 잘 전달되지 않았던 기능들도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데 차량 방향지시등(깜빡이)을 조작하는 레버에서 단계가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되었다. 깜빡이를 켤때 왜 어떤 경우에는 3번 깜빡이다 켜지고, 어떤 경우에는 핸들을 돌리거나 수동으로 꺼주는 작업이 있는지, 왜 일관성이 없지 하고 의문을 품었던 적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 기능 자체를 왜, 어떻게 풀어냈는지 이해하게 된 것이다.사용자가 원하는 편의성과 기계장치의 발전... 그것을 조화롭게 아울러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인터페이스는 정말 그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고, 인터페이스를 통해 사람들의 생활을 다시 돌이켜 보게 되었다.

 

이 책은 인터페이스를 설명하다 보니 그림/사진이 많이 있는데, 흔히 보이는 그림 번호가 빠져 있고, 화살표로 그림을 가리키는 재미있는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다. :)

 

이 책을 읽고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애플사의 개발자 컨퍼런스인 WWDC에서 CarPlay 인터페이스가 공개되었다. 지도와 속도계, 기어 등등이 다양한 형태로 통합된 것을 보면서 이 책의 저자분은 아래 인터페이스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해 졌다. 2편을 기다려 본다.

내년에 현실화될 애플 CarPlay 인터페이스 화면

 

가슴에 와닿은 문구 몇개를 추려 소개해 본다.

 

심미적(외관, 인테리어, 조명 등), 기능적(자동차 본연의 기능인 이동부터 온열시트까지), 상징적(내 차는 스포츠카이므로 나는 스포츠 정신을 높이 사는 사람) 가치를 디자인하는 것이 모두 자동차 회사 디자이너들의 몫이다.

사용자(운전자가 될 수도 있고, 승객이 될 수도 있고), 보고 만지고 조작하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이 세가지 관점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땀 흘리는 사람

 

UX디자인 부서에서는 사용성 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감성과 브랜드 이미지도 고려한 의견을 제시하고, 이를 타 부서와 조율해 가면서 최종적인 디자인을 다져 나간다.

 

 

p169

자동차는 사람이 쓰는 물건이자 일종의 공간이라, 사람들의 행동 양식이 반영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시대가 변하면 사람들의 행동도 변하고 거기에 발 맞추어 자동차도 조금씩 변해간다.

 

p200

기술이 발전하면서 어쩔수 없이 하나둘 사라지는 것들도 있지만, 또 반대로 그걸 그리워하며 거기서만 얻을 수 있었던 감성을 애타게 찾는 사람들도 있다. 그걸 시대에 적응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단순히 무시하고 넘어갈 수는 없다.

 

p./283

시스템이 사용자의 신뢰를 얻기위해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사례

 

p.300 

앞으로의 십년은 사람들에게 전통적인 자동차의 개념을 달리 생각하게 할 많은 변화가 펼쳐질 것이다.

 

p.308

운전자를 안심시켜주는 것이 바로 시각적, 청각적 피드백이다.

 

p/326

어줍잖게 스크린을 확대하면 멀미를 심화시키지만, VR처럼 작정하고 뒤집어 씌우면 도리에 해결책이 된다.

 

p.334 자동차에 번역이라는 개념이 들어온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디지털 스크린이 각종 버튼을 대신하기 시작하면서 픽토그램만 아니라 글로 쓰는 것들이 점점 더 많아진다.

 

p.359

젊은 운전자들 중 약 절반정도만 경고등 픽토그램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

자동차가 전기차로 바뀌면 고장도 잘 나지 않고, 그렇다고 그걸 자기가 직접 해집어 보는 인구도 별로 많지 않으니 젊은 세대로 갈수록 경고등을 만나면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다.

 

p.343

오류메시지 작성지침에 따르면 이러한 모호한 코드나 사람이 읽기 어려운 형태의 메시지는 가급적 지양. 오류 메시지는 가급적 사용자가 취해야 할 행동까지도 안내해 주는 것이 좋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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