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인적으로 제안해서 시작된 일이 있다.

하네스 엔지니어링이라는 말이 나온지 아직 채 1년도 안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하네스 관련 책도 많이 출간되었는데, 어쩌다 보니 저자들이 아는 분들이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세 분이 서로 다른 출판사에서 책을 펴냈다는 점.

 

책이란 저자의 관점이 적용된 정제된 콘텐츠다. 이 세 분의 관점을 기준으로 서로 생각하는 같은 점과 다른 점을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으면 독자 입장에서는 참 좋겠다 싶어서 출판사 분들과 커피를 마시다가 이 세 분을 한 곳으로 모은 북토크 이벤트 아이디어를 제안드렸다. 그래서 추진력있는 모 부장님의 주도로 지난 9월 5일 개최하기로 결정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기대했으나 얼마전에 아예 이벤트가 취소되었다. ㅠㅠ

 

여기서 다시 한번 하네스나 AI 시대에 마주하는 인간의 역할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세 저자들은 명실상부한 전문가이니 어떻게 보면 이 주제에 맞는 에이전트라 생각이 된다. 자율성을 가지고 있고, 아는 것(지식)도 많고, 언어 처리도 잘한다. 독자와 커뮤니케이션도 잘하고, 외부 환경과의 상호작용도 활발하다. 우리가 AI 에이전트에게 바라는 모든 것을 갖춘 존재인 셈이다. 물론 AI가 가지는 임의성은 없다.(아니다. 인간인 이상 감정에 의한 임의성이란 없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그런데 이 세 분을 모시는 행사가 왜 엎어졌을까?

의외로 답은 단순하다고 생각한다. 세 곳의 출판사에서 전폭 지원을 했지만, 아무도 리더가 되지 않았다. 추진력 부장님 또한 행사를 출판사가 적극 지원하지만, 행사 내용은 저자 세 분이 정해서 이야기 나누는 것으로 인식했다. 그러다 보니 이른바 목표가 모호해지고, 그에 따라 정렬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참여 플레이어는 목표에 공감이 안된 상태에서 뭔가 일/작업이 할당된 셈이다.

 

조금 다르게 표현하면, 정렬이 안된 이유는 리더, 그 중에서도 오케스트레이터, 조율자가 없었다는 점이다.

리더로 부터 목표를 부여받고, 각 에이전트가 최상의 성능을 낼 수 있게 이리저리 의견을 나누게 하고, 충돌이나 미비점을 조율해 주는 존재.

 

이렇게 보면 결국 AI로 팀을 이룬다는 개념에서 하네스 구조를 짜다보면 리더(인간) - 조율자 - 각 에이전트 구조를 많이 보게 되는데, 너무 에이전트의 자율성만 의존하다가 망한 케이스라 생각했다.

한편으로 AI 시대에 인간의 역할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반대의 경우도 있다. 난 대학생 시절 학생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는데, 내가 속한 그룹에서는 네트워크 학생회론을 제시했었다. 대략 이야기하자면 총학생회가 코디네이터고, 각 단대/학과 학생회가 네트워크 엣지가 되어, 이슈가 생기면 연대와 교류를 통해 작은 존재들의 강결합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개념으로 이해한다. 그런데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우리는 정작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각 단대 학생회들이 다른 계열에서 당선되면서 에이전트가 전혀 될 수 없다. 그럴 경우 중앙은 쓸모없는 관제탑이 되고 만다. 손발이 없이 총학 헤드만 존재하니, 역량에 비해 업적이 크기 않았다. (업적이 크지 않았다고 생각하는게 아니라 가진 역량, Capability가 발휘안되었다는 말이다.)

적다보니 이 경우도 정렬의 문제이고, 코디네이터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이 글의 결론은 하나로 모아지는 것 같다.

리더는 조직이 목표와 일치되도록 정렬시켜야 하고, 일을 진행시키면서 발생하는 갈등과 이벤트들의 코디네이터여야 한다는 것. 이것을 AI 시대에 활용한다면 임의성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에이전트가 정해진 틀 속에서 자율성을 최대한 발휘하여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이 틀이 하네스가 아닐까 생각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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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미디어 서평단 <나는리뷰어다> 활동을 위해서 책을 협찬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대한민국의 월드컵 32강 탈락이 확정된 시점에 이 책을 다시 한번 읽어 본다. 이번 월드컵 조별 예선이 끝나면서 최강의 전력을 갖춘 한국 축구 대표팀의 쓰디쓴 결과를 보여준 원인으로 홍명보 감독의 리더십을 언급하는 글과 트윗들이 많다.

 

얼마전 예전 직장에서 같이 일했던 후배가 내게 물었다. "꼭 리더가 되어야 하는건가요?" 예전 같으면 '뭐, 개인별로 성향이 다르니 굳이 싫다면 리더가 될 필요는 없지 않을까'라고 대답했겠지만, 최근의  나는 당연히 리더는 되어야 하고, 리더가 가져야 하는 품격, 덕목을 연습해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책을 권했다.

 

조직과 사업의 성공을 위해 바쁘게 뛰는 모습이 리더하면 떠오르는 일반적인 모습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바쁜 리더가 나쁜 리더일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리더의 역할은 자기 복제(전이)라는 생각을 늘 한다. 판단 기준의 전이. 전이 과정을 통해 모든 일을 직접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비슷한 기준으로 판단하게 움직이게 만드는 역할을 맡기는 것(위임)이 리더다. 머리속으로 명쾌하지만 실천은 어렵다.

 

 

책에서 인상깊었던 대목은 조직 개편에 대한 이야기였다. 예전 개발본부장님이 사업 민첩성을 거론하면서 거의 분기마다 조직개편을 진행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매번 조직개편때마다 조직이 흔들렸다. 이 책에서는 최상위 리더십이 부실할 때 조직개편이 잦다고 이야기한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오히려 좋은 조직 개편이 성립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 리더 역할에 대한 명확한 기대
  • 책임에 상응하는 권한과 보상
  • 실패했을 때의 보호장치

나는 나쁜 리더일까? 좋은 리더일까를 고민하는 가운데 저자는 그 사이에 한 단계가 더 있다고 이야기했다.

나쁜 리더, 나쁘지 않은 리더(보통 리더), 좋은 리더로 나눈 것이다. 좋은 리더십은 의식화가 있는지 여부에 있고, 무엇을 하느냐 보다는 무엇을 하지 않느냐에서 좋은 리더십을 가지는 것이 시작된다는 이야기에 밑줄을 그었다.

 

나는 참 바쁜 리더였다. 그래서 나쁜 리더였던 것 같다. 뼈때리는 이야기들이 참 많이 나와서 앞으로의 나의 리더십에 대해 많은 고민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나도 말로는 바쁜 리더는 좋지 않고, 조직의 명확한 프로세스 속도 개선을 위해 병목을 파악하고 해결하는 것이 좋은 리더라고 이야기했었는데, 책을 읽다보니 내가 조직의 병목이지 않았을까 하는 반성을 많이 했다.

 

이 대목에서 예전에 방송에서 보았던 소방대장 이야기가 떠올랐다. 화재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중 소방 대장(현장 최고 지휘자)은 절대 뛰어다녀서는 안된다고 한다. 아무리 긴급한 화재 상황이어도  걸으면서 침착하고 냉정하게 현장을 지휘해야 한다. 그래야 현장 소방관들이 당황하지 않고, 다치지 않고, 화재를 체계적으로 진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천천히 걷는 모습을 보고 주민들이 오해해서 소방대장이 화재 현장에서 여유를 부렸다며 민원을 넣었다는 방송이었다. 이 책의 저자가 이야기하는 바쁜 리더십에 딱 적합한 사례가 아닌가. 리더는 가장 빨리 뛰는 사람이 아니라, 모두가 흔들리지 않게 중심을 잡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혼나는 느낌이 들었지만, 이상하게도 끝에는 위로가 남았다. 나도 더 좋은 리더가 될 수 있겠지? 바쁘다는 이유로 열심히 일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내가 속한 조직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그런 리더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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