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 프로그래머/데이비드 토머스/한빛미디어
주말부터 틈틈이 읽은 책 한 권이 있다. 데이비드 토머스(David Thomas)의 《Simplicity》, 국내 번역 제목으로는 《미니멀리즘
프로그래머》다. 《실용주의 프로그래머(The Pragmatic Programmer)》 공동 저자로 잘 알려진 그의 신작이다. 분량은 약 190쪽 정도라 금방 읽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니 책장이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책의 내용이 어렵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문장 하나하나가 개발자로서의 나를 되돌아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읽는 내내 떠올랐던 책은 역시 저자의 전작 《실용주의 프로그래머》였다. 그 책이 개발자의 태도와 사고방식을 이야기했다면, 이 책은 그 연장선에서 '단순함(Simplicity)'이라는 관점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복잡함과 난해함은 다르다
책 초반에 등장하는 문장이 인상 깊었다.
"소프트웨어의 복합(complex)적인 면은 다루기 어렵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규칙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 규칙을 무시하면 복잡함(complicated)이 찾아옵니다."
소프트웨어는 본질적으로 복잡한 시스템이다. 하지만 복잡함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복잡한 시스템에도 일정한 구조와 규칙이 존재한다. 문제는 그 규칙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임의로 덧붙이고 얽어매기 시작할 때 발생한다. 그 순간 시스템은 '복합적(complex)'인 상태에서 '난해한(complicated)' 상태로 변한다.
개발을 하다 보면 이런 상황을 자주 보게 된다. 원래는 구조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문제였는데, 일정에 쫓기거나 임시방편이 반복되면서 결국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시스템이 되어버리는 경우다. 책은 그런 상황을 피하기 위한 기본적인 태도를 반복해서 이야기한다.
배움은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책에서 또 하나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다.
"어떻게든 시간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배우고 개선할 수 없습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말이다. 하지만 실천하기 가장 어려운 말이기도 하다.
개발자의 일정은 항상 바쁘다. 기능을 만들어야 하고, 버그를 수정해야 하고, 운영 이슈도 대응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은 항상 뒤로 밀린다. 하지만 저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학습은 단순한 지식 축적이 아니라 '피드백 루프'의 일부라고 말한다.
책에서 제시하는 기본적인 흐름은 다음과 같다.
현행 파악 → 실행 → 학습 → 다시 개선

개발에서 흔히 말하는 feedback, retrospective, iteration과 같은 개념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결국 좋은 개발 프로세스라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받으며 개선하는 루프를 만드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존성은 통제권을 넘기는 일
요즘 개발은 외부 모듈과 프레임워크 위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생산성 면에서는 분명 장점이 크다. 하지만 저자는 의존성에 대해 상당히 조심스러운태도를 보인다.
"의존성을 추가하면 미래의 내가 가져야 할 통제권의 일부를 남에게 넘겨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프레임워크에 대해서는 더 강하게 경계한다.
"프레임워크가 API를 쥐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애플리케이션 아키텍처를 어떻게 짤지까지 규정해 버리기 때문."
저자의 메시지는 프레임워크를 쓰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사고의 주도권을 개발자가 가져야 한다는 것에 가깝다.
자동화는 인지적 부담을 줄인다
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또 하나의 주제는 인지적 부담(cognitive load)이다. 훌륭한 개발자는 시스템의 인지적 부담을 줄이는 사람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자동화다.
반복적인 작업을 자동화하면 개발자는 문제 해결에 더 많은 집중력을 사용할 수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른 것이 CLI 기반 자동화였다. 최근 AI Agent 분야에서 "스킬 + CLI" 방식이 주목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팀과 커뮤니케이션도 시스템이다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기술 이야기만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팀과 커뮤니케이션도 하나의 시스템으로 바라본다.
특히 인상 깊었던 문장은 다음이다.
"다양성은 회복력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팀 리더의 역할을 정보 흐름을 설계하는 사람으로 본다. 회의 방식, 의사결정 구조, 참석자 구성 등도 모두 시스템 설계의 일부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프로그래머"라는 책 제목이 조금 좁게 느껴졌다. 오히려 PO, PM, 팀 리더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들에게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할 수 있다"와 "해야 한다"는 다르다
책 후반부에서 특히 공감했던 문장이 있다.
"할 수 있다고 해서 좋은 생각인 것은 아니다."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만 강조하는 대화는 개발 현장에서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엔지니어링의 본질은 가능한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문제에 가장 적절한 해답을 찾는 것일지도 모른다.
상태 머신에 대한 공감
책에서 상태 머신(state machine)을 활용하라는 부분도 개인적으로 공감이 컸다. 대부분의 업무 로직은 상태 기반으로 동작한다. 로그인 상태, 주문 상태, 결제 상태, 실행 상태 등 거의 모든 시스템이 상태 변화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그런데도 많은 코드가 이를 명시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저자의 말처럼 상태를 명확히 모델링하는 것만으로도 시스템은 훨씬 단순해질 수 있다.
결국, 다시 《실용주의 프로그래머》
책을 다 읽고 나니 자연스럽게 떠오른 생각이 하나 있다.
"다시 《실용주의 프로그래머》를 읽어보고 싶다."
이 책은 개발 기술 자체를 가르쳐주는 책이라기보다는 개발자가 어떤 태도와 사고방식을 가져야 하는지를 다시 점검하게 만드는 책이다. 190쪽 남짓한 얇은 책이지만, 읽는 동안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만든다.
- 지금 내가 만들고 있는 시스템은 정말 단순한가?
- 내가 사용하는 도구와 프레임워크는 문제 해결을 위한 것인가?
- 나는 배우고 개선할 시간을 제대로 만들고 있는가?

* 이 글은 책을 읽으면서 트위터에 남겼던 기록을 기반으로 GPT가 글 초안을 작성했고, 다시 Neo가 다듬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