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제주 워크샵 이후 문화체험이벤트로 '해녀의 부엌'을 경험하게 되었다.

해녀의 부엌은 미디어아트와 식사를 결합한 형태의 공연인데, 식사(점심 또는 저녁)를 하면서 해녀들의 삶을 듣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내가 참여한 프로그램은 북촌점 <해녀의 부엌>인데, 현재 제주에 2곳에서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해녀의 부엌 홈페이지

 

해녀의 부엌

국내 최초 해녀 다이닝

haenyeokitchen.com

 

북촌 공연장 (?) 입구에는 제주 해녀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잠녀(潛女)'는 제주도에서 해녀를 일컫는 이름이라고 한다. 바닷가 마을에서 볼 수 있는 흔한 할머니의 모습이다. 잠녀는 자멱질할 수 있는 깊이에 따라 상군,중군,하군으로 나뉘어지며, 이는 거의 타고난 신체 특성으로 구별된다고 한다. 조금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았는데, 7~8세때부터 연습해서 15~16세에 독자적으로 잠녀가 되고, 60세 전후까지 물질을 한다고 한다. 상군,중군할 때 군이 무리군(群)일 줄 알았는데, 군사군(軍)을 사용하는 것은 '여정(女丁)'으로, 남자의 일을 대신 정역을 수행해서 그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참고 링크: 한국공여디자인문화진흥원-잠녀

 

공연장에 들어가면 대기공간이 있는데, 대기공간은 이 해녀의 부엌을 기획한 작가분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해녀의 모습을 찍은 사진작품, 바닷가로 밀려온 어구들을 재활용해서 만든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잠시 기다렸다가 실제 공연공간을 들어갔는데, 파도치는 바다를 상징한 듯한 외벽에 여러대의 빔프로젝트들을 통해 영상을 보내준다. 공간 자체를 해녀들이 물질후 나와서 불을 쐬던 공간을 상징해서 설계했다고 한다. 북촌점은 한번 공연에 총 14명 식사가 가능하다.

 

해녀의 부엌 공연 공간

공간도 재미있게 구성되었다. 플레이트는 제주의 돌을 이용하여 만든 것이고, 의자는 해녀분들의 잠수복을 재활용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공연 전체를 이끌어준 분이 있었는데, 스토리텔러인 셈이다. 본인을 가이드라고 소개해 주셨으니, 우리를 북촌 해녀들의 삶으로 안내해준 가이드분이다. 재미있게 해녀들의 삶과 음식에 얽힌 이야기를 맛깔나게 전해주셨다. 여전히 피상적으로 알려진 제주 4.3 항쟁에 대해서도 슬픈 이야기를 미디어 작품에 녹여 전달해 주었다.

 

 

제주 해녀의 삶이라는 콘텐츠도 좋지만 식사도 중요하다!! 제주 해녀들의 실제 식사를 기반으로 구성되었다. 제주 고사리와 막걸리를 이용해 만든 떡, 제주 비트 차로 시작해서, 제주 흑돼지,뿔소라, 제주식 콩국, 기름떡까지 너무 정갈하고 깔끔했다. 제주도는 아니지만, 섬마을 출신인 나는 돌아가신 외할머니께서 해주시던 식사가 생각나는 식사한끼였다.

 

 

처음에는 식사량이 좀 작지 않을까 했는데, 포만감을 줄 정도로 충분한 양이 나왔다. 공연 내용도 재미있었기 때문에 만족 스러운 시간이었다. 음식의 맛이 궁금하신 분들도 있을텐데, 아무래도 전통 어촌마을의 식사이다보니 아이들은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는 맛이다. 부모님을 모시고 본점 공연을 한번 더 보러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요소중 하나가 스토리라고 생각한다. 음식에 스토리를 녹여낸 작가분들의 노력덕에 색다른 체험도 했고, 제주의 삶과 과거를 살짝 느끼게 된 것 같다. 뿔소라는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많은 부분 대일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뿔소라 요리를 스토리로 표현해서 국내 소비량을 늘리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는 작가님들의 의도.. 좋은 결실이 맺어지길.

 

 

뱀꼬리. 4.3 이야기를 듣다보니 강요배 화백 작품들이 떠올랐다. 요즘 뭐하시나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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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비대증환자의 유골 관련 기사를 우연히 보게되었는데, 인류가 지적 혁명시대에도 얼마나 잔혹했는지를 보여주는 기사들이 생각나서 한번 찾아보았다.

 

#1.  사르키 바트만, 1789년 남아프리카에서 태어났으나 10대 후반 백인 정찰대에 납치되어 영국으로 강제 이주된 이후,  시신이 20세기 후반까지 자연사 박물관에 전시되었던 흑인 여성. 지금 관점에서 보면 미개하고 잔혹한 사건.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67042

 

187년간 박물관 박제가 된 그녀! 도대체 왜?

사르키 바트만이라는 이름의 신상 기록에는 "1789년 태어나 2002년 묻히다"는 특이한 연대기가 들어있다.생물학적으로 그녀는 1815년 사망했다. 하지만 죽어서 땅에 묻히기...

www.pressian.com

 

이런 일이 외국, 특히 아프리카에서만 자행된 것은 아니다. 1906년 전남 진도에서 일본인 사토 마사지로는 동학군 지도자의 유골을 수집, 일본으로 반출하여 홋카이도 대학에 방치한다. 왜 그랬을까? 아무리 적이었더라도 유골인데...

http://encykorea.aks.ac.kr/Contents/Item/E0078065

 

동학군유골방치사건(東學軍遺骨放置事件)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방치된 동학군 유골은 40대의 한국인 남성으로 전남 진도 출신 지도자였음을 밝혀냈지만 어떤 경로를 거쳐 진도에서 홋카이도대학으로 반입되었는지는 밝혀내지 못하였다. 동학군유골방치사건

encykorea.aks.ac.kr

 

일제시대 백백교 교주 전용해의 뇌는 그알이나 꼬꼬무 등을 통해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사이비 종교 지도자를 통해 '미개한 조선인의 일본 지배를 합리화'하려고 뇌를 보관, 분석했던 것이 아닐까 추정되는 사건이다. 여하튼 전용해의 뇌는  꽤 오랫동안 국과수에 보관되어 있었다.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6857685 

 

'꼬꼬무' 포르말린 병에 담긴 '대원님의 머리'…교주 전용해와 '백백교 사건' 조명

포르말린 병에 담긴 사람의 머리가 있다? 11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는 '죽음의 동굴 -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이라는 부제로 그날을 조명했다.

news.sbs.co.kr

 

서구권의 유명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1955년 미국 프린스턴 대학 병원에서 세상을 떠난 아인슈타인.  병리학자 토머스 하비는 허락도 없이 아인슈타인의 대뇌를 가져가 슬라이스한 다음 그 조각을 연구하였다. 아인슈타인은 살았을 때 본인 시신은 화장되길 바랬지만, 역설적으로 대뇌와 안구가 남아있게 되었다.

https://news.mt.co.kr/mtview.php?no=2015052611158875283 

 

美박물관에 전시된 아인슈타인 뇌조각 ‘세상에 이런 일이’ - 머니투데이

영국 ‘데일리 메일’은 아인슈타인이 사망한지 60년 후, 그의 대뇌 조각들이 미국 필라델피아의...

news.mt.co.kr

 

1761년 말단 비대증으로 키 231의 거구였던 찰스 번. 자신의 유골에 관심을 보인 사람들이 싫어서 본인은 수장을 원했지만, 영국 해부학자 존헌터는 친구들에게 500파운드를 지불한 후 시신을 빼돌린후, 유골을 전시했다. 500파운드에 친구의 유골을 판 친구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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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비대증을 앓았던 한 남성이 사후 240년 만에 진정한 영면에 들게 됐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런던의 헌터리언 박물관이 최근 인기 전시품목 중 하나였던 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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